프롤로그

by Seriel J

병원에서나 볼 수 있는 하얀 천장의 가까움
천장과 가까울수록 낮아지는 공기의 온도, 빛과 가까워질수록 높아지는 채도
쿵ㅡ하고 내가 떨어진 곳은 남색과 보랏빛이 섞인 스산하기 그지없는 침대 위였다.
그리고 왼쪽 귀에 꽂히는 엄마라는 사람과 아빠라는 사람의 날카로운 목소리들.
앉지도 걷지도 못했던 영아기 트라우마를 첫 단추로
나는 남들 다하는 성장이란 것을 시작했다.

'또 거지 같은 그 꿈이네" 입으로 뱉을 법도 하지만 뱉지 않는다.
트라우마라는 것이 그렇다. 컨디션이 좋지 못하면 슬금슬금 기어 나와 존재감을 알린다.
'날 잊은 건 아니겠지? 난 아직 네 속에 살아있어' 라며 비열하게 웃는 것 같다.
몇 년 전에 유튜브에서 '생리가 사람이라면?'라는 주제의 콘텐츠를 접한 적이 있다.
여자라는 성 정체성을 안고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서 참 공감하며 봤던 기억이 난다.
문득 '트라우마가 사람이라면?'라는 주제로도 만들어주십사 메일을 보내볼까 생각도 해봤다.
아, 아니면 내가 제작을 해볼까?
아, 맞다! 나 기계를 잘 만지지 못하지?
사람은 본인이 잘하는 걸 해야 행복하다고 생각하므로 금세 포기하고 옅은 미소를 지어본다.
트라우마를 첫 단추로 성장해 온 나는 성인이 되고 온전한 어른이 되면서까지 나를 스스로 빚고 다듬을 수밖에 없었다.
사회적 약자였던 나를 보호해야 하는 의무가 있는 부모로부터 꾸준한 학대를 받고 자랐기 때문이다.
만족을 몰랐던 엄마에게서 인정을 받으려고 발버둥 치는 것을 디폴트로
술만 마시고 들어오면 시작되는 아빠의 새벽밤 손찌검,
육두문자가 섞인 비난과 다양한 도구를 활용한 엄마의 매타작, 집안 곳곳 깊게 뿌리 잡힌 부정적인 언어습관과 행동들...
이 모든 것들에게서 벗어나야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를 빚고 다듬을 수 있는 건 나 자신밖에 없었다.
'세상에 나와 같은 상처를 안고 긴 터널 속을 걷고 있는 사람이 한 명 정도는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한다.
뭐 그렇게 성공한 인생은 아니지만 뭐 또 성공을 할 수도 있는 인생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나의 글들이 터널 속의 사람들에게 잔잔한 라디오가 되어 여러 번 듣고 여러 번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여
친구들에게나 늘어놓던 나의 입재간을 글로 풀어 나의 이야기를 시작해보려 한다.

ps. 저자는 그대들이 여러 번 희망을 품다가 결국 여러 번 행복하길 바란다.

월, 화, 수, 목,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