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방

결론이 뭔데?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데?

by Seriel J

본론과 결론을 들으려면 인고의 시간을 거치게끔 말하는 친구가 있다. 성격이 급하지 않고 우회적으로 대화하는 사람과 성격이 급해 서둘러 결론을 도출하는 사람이 만나 친구가 되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하나도 맞는 구석이 없다. 접점이라고는 없는 우리가 어떻게 친구가 되었을까?

“네가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데...”
“네 입장에서 많이 버거울 것 같기는 한데...”
“솔직하고 편하게 이야기를 꺼내자면...”

친구가 꺼낸 대화의 앞머리에 살짝 짜증이 밀려온다.
“무슨 이야기를 꺼내려고 뜸을 들이는 거야? 그냥 편하게 이야기를 해봐!”
“음... 사실은... 아니다! 그냥 말 안 하는 게 나을 것 같아!”
“이런 거 정말 싫어하는데 그냥 이야기를 꺼냈으면 했으면 좋겠는데?”
“아... 미안해. 내가 뜸을 들여서 답답했지?”
“그런데 하고 싶은 말이 뭐야?”
단호한 나의 말에 친구의 마음이 언다. 마음과 동시에 언어를 눌러 담은 입도 언다.
꾸역꾸역 말을 붙이고 붙여 친구는 하고 싶은 말을 완성했고 별로 심각한 이야기도 아닌 것에 이렇게 반응하는 친구가 이해되지 않아 그 마음이 표정에 담아진다. 나의 표정을 보고 친구의 마음이 또다시 언다. 둘 사이 쌀쌀한 바람이 분다.
궁금한 것은 꼭 알아야 직성이 풀리는 나는 나의 호기심을 먼저 생각했고 친구는 나의 기분이 우선이었기에 고민하고, 고민하고 또 고민하다가 말을 꺼냈다. 뾰족한 말을 던져놓고 불편한 마음이 짓이긴다. 그 뾰족함이 친구에게 어떻게 박혔을지 있는 걱정 없는 걱정 티끌마다 모아 태산을 만든다. 머리 아픈 것은 딱 싫고 복잡해지는 것은 질색이다. 결국 친구에게 말을 건넨다.
“경은아, 미안해. 말이 지나치게 뾰족했어. 많이 속상했지?”
마음이 여린 경은이의 눈에 별이 박혀 흐른다. 말없이 친구를 품으로 끌어당긴다. 그날, 우리의 다름에 대해 정말 많은 대화를 나누었고 그 대화가 약속이 되어 지금은 더욱 농익은 우정 한 사발이 되었다.

아무개가 그랬다. 남이 걸린 큰 병보다 내가 걸린 감기가 훨씬 아프게 느껴진다고.
타인이 가진 우선순위의 프레임이 따뜻한 배려임에도 불구하고 나의 우선순위가 그 온온함을 덮는다. 나의 답답함이 배려를 건너뛰고 뾰족한 날을 세운다.
삶에 여유가 없이 강팍한 일상을 이어가던 3년 전, 나의 말에 상처를 받은 이들이 참 많을 것 같다. 삶에 그대들을 담을 수 없어 오로지 나 자신밖에 없었던 나를 용서해 달라고 감히 사과문을 올린다. 한 명 한 명 다 호명할 수는 없다. 한 번만 용서해 주시라.
숨이 쉬어지는 지금, 상처받은 그대들의 방을 더욱 넓혀 곱절로 베풀고 감사하는 삶을 살겠다. 못난 나의 삶에 머물러주어서 고맙다.

월, 화, 수, 목, 금 연재
이전 09화친구의 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