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방

서늘한 휴식

by Seriel J

SNS를 그리 즐기지 않는다. 진입의 장벽이 낮은 여러 종류의 SNS 속에서 도파민을 위한 짧은 영상들을 넘기며 시간을 보내는 것에 꽤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사람이다. 나라는 사람은.
오랜만에 들어간 SNS에서 우연히 타인의 고민을 들어주는 계정을 방문하게 되었다.
'친구가 없어서 외롭다 혹은 고민이다'라는 사연이었다.
그 계정의 주인 왈, "야! 매일 연락하면 그게 애인이지 친구냐?"라는 표현과 함께 "야! 나도 친구 없다! 보면 모르겠나? 주말에 방구석에 처박혀서 피자에 와인 먹는 거. 다 그렇다!
다 그래 산다! 니랑 내랑 친구 하면 되겠네! 나는 니친구하고 니는 내친구하고! 괜찮다!"
유쾌했다. 거를 구석이 하나도 없고 틀린 구석이 하나도 없다.

전형적인 K-직장인의 삶을 걷는 정현 언니와 언젠가부터 주기적으로 술잔을 기울인다. 그녀와 기울인 술잔에는 우리의 인생 이야기가 가득했다. 인생을 담아 한 잔 따르고 인생을 담아 한 잔 마신다. 위와 비슷한 이야기를 정현 언니와 나눈 적이 있다.
"난 사실 친구들과 매일 소통하진 않아. 뭐 어쩌다가 한 번?
모두 바쁘잖아. 그러다 보니 잦은 연락은 안 하게 되는 것도 있지만 못하게 되기도 하지."
그날의 주제는 친구였는지 그녀가 했던 말이 불현듯 나의 머리를 스쳤다. 사실 그녀의 말처럼 본인의 일상에 집중하다 보면 친구와의 연락은 자연스레 빈도 수가 줄어든다.
주변을 보면 잦은 연락으로 인해 사소한 물꼬가 트집이 되어 갈등으로 번지는 경우도 종종 보았기에 그녀의 말에 한 번 더 공감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여자들이 많은 집단에서 근무를 해왔기에 여자들의 세계에서 벌어지는 상황들에 종종 노출이 됐다. 그래서인지
감정 선의 줄타기 같은 상황들이 삶에 있어 가장 소모적이라고 생각한다.
백 명의 사람이 있으면 그 백 명이 다 다르다. 달라서 낯설고 달라서 어렵다. 낯설고 어려운 상황 및 감정들에 하루를 반납할 수는 없지 않은가.

휴식이 필요하다.
서늘하다고 여겨질 정도의 휴식.
서걱거리는 바람 소리가 느껴질 정도의 휴식.
서늘한 휴식을 두었다가 다시 온기를 불어 넣어주면 그것은 그것 나름대로 감사와 행복이 존재하지 않는가.
친구란, 함께 걸어주는이다.
인생의 동행자가 뜨겁게 타들어가지도, 차갑게 얼어버리지도 않게 가끔은 관계에도 서늘한 휴식이 필요하다.
그래야 오래 동행할 수 있지 않은가.
지금 뜨겁다면 지금 서늘하게 휴식하시라.

비록 우리의 관계에 서걱거리는 바람 소리와 서늘한 냉기가 돌지언정 세상에 '나 자신'보다 소중한 것이 있을까?
K-직장인, 정현 언니의 명언 중(우리가 만나는 날은 꼭 명언이 탄생한다.) '오늘의 내가 가장 젊다!'라는 말이 있다.
오늘의 젊음을 누려야 하지 않은가.
관계의 피로에 하루를 반납하지 마시라.
'오늘 가장 젊은 나'에게 귀한 식사 한 끼, 귀한 차 한 잔, 귀한 책 속 몇 구절을 주시라.
'오늘 가장 젊은 나'에게 하루를 반납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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