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방

그리움의 문을 열고 너의 기억이 날 찾아오면

by Seriel J

안녕? 친구야.
내가 만약 책을 낸다면 꼭 너의 이야기를 쓰고 싶었어.
이 막연한 그리움을
어떤 자음과 모음을 선택해야 글로 눌러담을 수 있을까
수도 없이 많은 밤을 고민하고 고민했어.
너와의 추억을 나의 책에 담는 것이 맞는걸까
수도 없이 많은 밤을 고민하고 고민했어.

그런데 말야. 이건 나의 이야기잖아.
그런데 말야. 넌 나의 한조각이었잖아.
그런데 말야. 난 너의 한조각이었잖아.

문득 나의 꿈에 네가 등장하고 난 아침이면 난 너와의 추억을 회상해.
내 인생 긴 터널이 시작되는 즈음에 난 너를 만났고 우리는 친구가 됐어.

난 말야. 너에게 내 긴 터널의 시발점을 막걸리와 함께 털어놓았고
얼큰하게 취한 우리에게 초록향의 풀내음은 또 하나의 안주였지.
그 날 산길의 흙내음은 아직 내 마음 한 구석을 차지하고 있어.
난 말야. 궁금해. 너의 하루는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
난 말야. 궁금해. 우리는 왜 안부조차 묻지 못하는 사이가 되었는지.
난 말야. 원망해. 속도가 달라서 서로의 인생 시계도 다르게 흘러간 것을.
난 말야. 원망해. 너와 나를 둘러싼 추억의 온도와 습도에만 집중하지 못한 것을.

친구야,
너라는 사람이 다시 나의 인생에 들어왔으면 하는 바람을 가끔 하다가
너라는 사람이 다시 나의 인생에 들어왔으면 하는 바람을 종종 하게 되는건
'그리움'이라고 이름을 지어주고 싶어.

친구야,
만약에 말야. 이 그리움의 문을 열고 너의 기억이 아닌,
만약에 말야. 이 그리움의 문을 열고 우리의 추억이 아닌,
만약에 말야. 이 그리움의 문을 열고 너라는 사람이 다시 와주면
그 땐 말야. 미처 못다한 이야기꽃을 피우고 싶어.
그 땐 말야. 미처 내어주지 못한 나의 품을 내어주고 싶어.
그 땐 말야. 미처 보여주지 못한 나의 미소를 보여주고 싶어.

친구야,
난 말야. 이렇게 아득하고 가득한 우정의 끄트머리에서
물끄러미 너와의 추억을 바라봐.
난 말야. 이렇게 아득하고 가득한 우정의 끄트머리에서
'우연'이라는 기적이 선물처럼 다가와
'진심'이라는 다리를 놓아주면 좋겠어.

친구야,
만약에 말야. '우연'이라는 기적이 선물처럼 다가오지도,
'진심'이라는 다리도 놓아지지 않는다면
이렇게 아득하고 가득한 우정의 끄트머리가
더이상 이어질 수 없는 종착역이라면
난 참 슬플 것 같아.

친구야,
만약에 말야. 여기가 종착역이라면
말과 글로 다 담을 수 없는 우리의 추억들을 예쁘게 접어
네가 돌아가는 길, 외롭지 않도록 동행해주는 종이 비행기로 보내줄게.
네가 돌아가는 길, 그리움이라는 향을 멀리 멀리 뿌려줄게.

친구야,
넌 나의 영원한 고마움이야.

친구야,
넌 나의 영원한 그리움이야.

용기를 마실 수 있다면 한 컵 정도면 충분할 것 같은데.
딱 그정도면 몇 걸음 떼어 내 너에게 다가갈 수 있을 것 같은데.
그 용기 한 컵이 없어서.
떼어 낼 그 몇 걸음이 없어서.
그 시절, 시간 속에 갇힌 추억이 가여웠다지.

나의 글이 용기 한 컵이 되어주길.
나의 글이 떼어 낸 그 몇 걸음이길.
나의 글이 종이 비행기가 되어 너에게 전해지길.
나의 글이 '진심'으로 전해지길.
나의 글이 '화해'라는 다리를 놓아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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