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개의 방

바다 마을 낮술 냄새나는 다이어리

by Seriel J

영감. 노인을 향한 표현이 아닌 예술적 표현에 보탬을 주는 영감.

영감이 필요해 무작정 바다와 선물 받은 핑크 다이어리 그리고 핑크 펜을 챙겼다.

아차차! 바다를 챙길 수는 없지? 에세이 적 허용이라 해두자.


바다를 챙겨 다닐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필요할 때마다 꺼내서 볼 수 있으니 말이다.

길을 걷다가 문득 바다가 필요하면 가방 지퍼를 열어 가방 속 바다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귀를 갖다 대어 파도 소리를 들어보고, 코를 갖다 대어 바다 냄새를 맡는다.

황홀하지 않은가.

‘가방 속 휴대용 바다’라니! 아쉽게도 휴대용 바다는 아직 개발 전이다. 이 엉뚱한 상상을 멈추게 하는 약도 개발 전이다.


용왕님의 용안을 뵙기 위해 직접 방어진으로 향했다.

왜 방어진인가?

저자는 외국어를 사랑한다. 울산에서 외국인이 유난히 많은 동네, 방어진!

내가 사는 지역에 작은 외국이 존재한다.

방어진 바다 앞에 줄 세워진 카페에 들어가 앉아 있다 보면 여러 종류의 외국어가 라디오처럼 귓가를 간질인다. 그런 영감 한 컵이 필요해서 무작정 갔다.

바디 앞, 영롱한 오렌지 빛이 반사되어 시야에 들어왔다. 빛의 매료에 들어간 그곳.

분명, 계절은 겨울과 봄 사이의 어딘가 인데 이곳은 봄 풍경의 여름 분위기이다.

요시모토 바나나는 이런 곳에서 글을 쓸까? 그래서 그렇게 서정적인 글이 완성되는 것일까?

어느덧 저자의 최애 작가까지 소환되어 같은 테이블에 앉아 있다.

문득, 나도 이런 곳에서 매일 글을 쓰면 한국의 요시모토 바나나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생각의 가지들이 뻗어나가 나무가 되려던 찰나, 익숙한 향이 코끝을 스쳐 지나간다.

alcohol! 알코올 속 당도의 알싸함이 마시지도 않았지만 마신 것처럼 취하게 만든다.

금주 n일차, 향으로 금주의 끈이 끊어진 혁명적인 순간이다. 방금 쓴 문장이 어이없어서 피식하고 웃음이 터져 나온다.

이 대낮부터 술을 마시는 이는 누구인가. 그는 무슨 기분으로 술잔을 들고 술을 삼켰을까.

그의 시간은 누구와 함께 흘러갔을까. 갖가지 상상력을 동원해 본다. 술 한 잔에 그의 마음은 편안해졌을까. 술잔에 그의 노고는 털어졌을까. 의문이 가득한 오후 1시 21분이다.

단지 카페에 앉아 있을 뿐인데 그들의 일상과 인생을 구경하고 온 기분이다.

카페에 있는 사람들은 생김새도 다르고 언어도 달랐지만 몇 시간 동안 실컷 대화를 하고 온 기분이다. 온온하고 잔잔한 따뜻함이 밀려온다. 나는 이것을 행복이라 일컫는다.


끝장나게 행복하길 바라지 마시라.

그저 온온하고 잔잔하게 행복하시라.

그리고 여러 번 행복하시라.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그대의 눈동자에 건배!

월, 화, 수, 목, 금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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