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개의 방

그래서 넌 몇 급 정도 되는데?

by Seriel J

악을 담당하는 인간은 살다 보면 꼭 만나게 돼있다.
사람을 등급으로 나누고 편을 가르는 사람.
급과 편을 나누는 기준도 각양각색이다.
학벌, 직업, 재산, 외모, 말투, 팔로워 수 등등 우리가 이해하기 힘든 장벽의 기준이 있을 것이다.
그는 마음속에 본인만의 저울이 있지 않을까.
어제 알게 되고 오늘 알게 되고 앞으로 알게 될 사람들을 몽땅 줄 세워 저울로 재량 한다.
그만의 지침에 따른 점수를 매긴다.
그 점수의 결과는 태도의 차이이다.
저 사람은 외모나 차림새가 별로, 저 사람은 재력적으로 차이가 나니 별로 그런데 이 사람은 정보력이 많으니 오케이, 이 사람은 지인이 많으니 오케이 등등 인간이 한우도 아닌데 급수가 적힌 옷을 입힌다.
참 낯설고 이상한 발상이다.
동경과 탐욕의 눈으로 끊임없이 위를 올려다본다.
무시와 조롱의 눈으로 피식거리며 아래를 내려다본다.
윗공기를 마시는 이에게는 목소리가 작고 아랫공기를 마시는 이에게는 목소리가 크다.
그는 자신의 위치는 어디쯤인지 지속적으로 확인한다.
높은 곳에 공석이 생기지 않을까, 낮은 곳의 사람이 본인을 제치고 올라오지 않을까.
매일이 불안하다.
그는 주변의 성공을 기뻐하지 않는다. 오히려 불편해한다.
그는 주변의 실패에 관심이 많다. 그리고 기뻐한다.
그는 다 같이 어우러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
자기가 안주할 만한 기둥이 늘 있어야 하기에 편을 가른다.
그를 제외한 다른 이들끼리의 친목을 불안하고 불편해한다.
늘 보험을 두듯, 모퉁이에 누군가를 세워두고 호시탐탐 다른 이들의 친목을 관찰한다.
무수히 많이 쏟아지는 사회악의 용어, 나르시시스트, 소시오패스, 사이코패스는 이런 감정으로부터 싹을 틔우지 않을까.

단단한 사람이 되고, 단단한 사람과 어울리시라.
굳이 줄 세우지 않는,
더 나은 곳에 공석이 생기더라도 혹은 누군가 자신을 밀어내려 하더라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자리를 인지하고 지키는 사람.
그런 사람이 되고 그런 사람을 곁에 두시라.
향수 가게에 들어가면 향수 냄새가 몸에 베이고 소각장에 들어가면 시커먼 탄내가 몸에 베이듯, 사람은 곁에 머무르는 사람들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본인 또한 영향을 주고 있을 것이다.

급을 나누고 편을 가르는 태도는
자기 자신을 향한 불안의 고백이다.
'나는 괜찮은 사람일까?'에 대한 답이 없는 막연한 불안의 고백.
그 불안을 감추기 위해 급을 나누고 편을 가른다.

나를 재단하는 사람에게
나의 가치를 맡기지 마시라.
재단하는 가위질 소리가 들리지 않을 정도로 멀어지시라.

당신은 소중한 사람이다.

월, 화, 수, 목, 금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