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네모네만 아는 비밀 레시피
알람이 울린다.
지금부터는 시간과의 전쟁이다. 현정을 향한 타이머가 째깍째깍 흘러가기 시작한다.
누구보다 빠르게 화장실로 달려가 양치와 세수를 한 뒤 거울에 비춰진 모습을 쓱 바라본다.
퀭한 눈과 줄넘기해도 될 만큼 내려온 다크서클. 고개를 갸우뚱하며 한숨, 두 숨을 내쉬고 얼굴에 묻은 물기를 닦는다.
따따따 거리며 가스레인지를 켜고 첫 요리를 시작한다.
현정.
그녀로 말할 것 같으면,
매일마다 현정에게 짹짹거리며 무언가를 배우러 오는 마네와 모네의 선생님이다.
거창한 걸 가르쳐 주지는 않지만 뭘 알려주긴 한다.
마네와 모네는 모른다.
현정 선생님이 사실 요리를 엄청나게 잘한다는 것을.
마네모네의 어머님께서 이 글을 읽으시면 박장대소를 하실 것 같다.
아이러니하게도 현정은 요리를 상상 그 이상으로 하기 싫어한다.
요리는 그녀에게 원치 않는 능력이었고 떠올리기 싫은 엄마와 닮은 점이기도 하다.
현정의 엄마는 늘 부엌에 있었다. 사랑 대신 음식으로 마음을 전했다. 현정은 그 방식을 닮고 싶지 않았다.
현정의 20대, 책 값 벌기 바쁘고 학비 벌기 바빠 배는 늘 고팠다. 고되게 번 아르바이트 월급은 나가기 바쁘고 모으기 바빴다.
점심밥을 벌기 위해 시작한 도시락 싸기.
그도 여름은 버거웠다. 뜨겁디 뜨거운 여름 날씨로 인해 음식이 손도 못 댈 정도로 상한 날도 있었기 때문이다.
하루는 김치볶음밥, 하루는 계란말이, 하루는 카레,
하루는 김에 김치만 넣어 돌돌 만 통김밥, 포슬포슬 구워 낸 햄 등등 냉장고 나라에 있는 재료들로 빈틈없이 촘촘히도 챙겨 다녔다.
현정은 굶주린 배를 위해 요리했다.
옷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는 탈의실에서 쪼그리고 앉아 직접 싸간 도시락을 먹기도 했다.
그때 그 김치볶음밥 맛이 아직 생생하다.
맛이 아닌, 재미가 아닌 생계를 위해 요리했다.
그런 현정에게 피할 수 없는 상황이 닥쳤다.
동글동글 동그라미 같은 모네는 얼굴도 코도 입도 귀도 동글동글 하다.
머릿 속도 동글동글 물음표가 많은 친구다.
"선생님, 우리 엄마는 다른 나라 음식 정말 잘해요! 면을 사 와서 쌀국수도 해 주고 베트남 음식부터 미국 음식까지 진짜 다 할 줄 알아요!"
"우와! 모네 어머니 너무 멋지시다! 요리사를 하셨다고 들었어!"
모네는 생글생글 웃으며 엄마를 자랑스러워했다.
"선생님도 엄마 같으니까 요리해 주세요!"
하늘이 세네 쪽으로 갈라지는 소리를 들었다.
모네는 정말 먹고 싶은 것이 생기면 인터넷 예약 시스템처럼 현정에게 예약을 하고 다음 날 그 메뉴가 나왔는지 꼭 확인한다.
모네는 정성이 들어간 요리를 좋아한다.
그래서 수업 전, 시간이 넉넉하면 주먹밥도 만들고 수프, 떡국, 어묵탕, 수제비도 끓여본다.
마네와 모네는 입맛이 다르다. 그래서 각각 다른 스타일의 간식을 준비해 기호에 맞게 주기도 한다.
끝이 아니다.
엄지 손가락만 한 녀석들의 평가도 들어야 한다.
마네가 이야기한다.
"저번 수프는 진짜 최고인데 오늘 수프는 별로예요!"
"......."
현정이 장난으로 (-_-) 표정을 짓자 마네가 대답한다.
"안무섭지롱요!"
"......"
긁혔다. 매일 엄지 손가락만 한 녀석들에게 긁힌다.
긁히지만 해야 한다.
잘 먹는 모습 보면 마냥 귀엽고 사랑스럽다.
현정은 아이들을 정말 많이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런 아이들이 배 고파하는 모습을 보는 건 상상할 수 없다. 배고파 본 사람이기에 더더욱 그냥 둘 수 없다.
하루는 수업이 끝난 뒤 모네가 현정에게 안기며 이야기했다.
“선생님, 오늘 먹은 매생이 떡국 최고였어요!
또 해주실 거죠?"
귀여운 동그라미가 말을 하다니! 거절할 수 없다.
현정은 모네를 꼭 안아주며 또 해주겠다고 약속을 했다.
현정은 여전히 요리를 좋아하지 않는다.
장 보러 가는 것도 귀찮고, 불 앞에 서는 자체가 싫다.
하지만 이면적으로 생각한다.
현정의 요리가 누군가에게는 추억이 될지도.
혹은 살아가는 힘이 될지도.
오늘도 현정은 여전히 무미건조하게 장을 본다.
하지만 막상 시작하면 누구보다 진지해진다.
토핑 하고 싶은 것들을 아끼지 않는다.
찌들고 찌든 어른들은 망각하는 것을
아이들은 기가 막히게 안다.
요리에는 무미건조한 저 선생님이
적어도 본인들에게는
누구보다 따숩은 사람이라는 것을.
*위 그림은 모네[가명]의 작품입니다. 많이 사랑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