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의 장례:나는 과거의 나와 작별했다
갑작스러워야 이별이지
예고하면 이별일까
겨울 숨을 뱉고
봄이 방긋 피네
여름 한 모금 마시고
가을 낙엽 한 장 띄우네
안부도 없고
인사도 없이
어느덧
고요한 자리
어느덧
텅 빈 너 자리
너는
그토록 원하던
여행을 떠났구나
너는
드디어 완전한
자유가 되었구나
손틈 사이로 슬픔은
흘러내리지 않아야 해
나는 그저
아무렇지 않아야 해
이건
계획된 여행
이건
계획된 자유
등불만이 흩날리는
너 머문 자리
몇 날 몇 밤
조용히 무너졌겠지
너는
끝내 나를 두고
자유가 되었구나
너가 닿은 그곳
디딜 곳 없는 허공
등불 앞 꽃소매
한 번 당겨볼 걸 그랬나
아니오, 아니오
겨울 밤 차디찬 손등
한 번 쓸어볼 걸 그랬나
아니오, 아니오
너 빈 자리
나 빈 자리
너는 나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