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방

삼촌이 결혼한다고?

by Seriel J

꼬마가 질문한다.
"엄마, 그런데 삼촌은 누구랑 살아?"
"그게 왜 궁금해?"
"삼촌은 할머니랑 살았는데 지금은 누구랑 사는지 궁금해서."
그 엄마에 그 딸이다. 궁금한 건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다.
"삼촌은 지금 삼촌 여자친구인 민지 이모랑 같이 살고 있어."
"왜?"
"왜 '왜'라는 질문을 하는 거야?"
왜를 왜로 반문했다.
'이겼다! 더 이상 질문하지 못하겠지?'
그녀의 표정에서 뿌듯함이 번진다.
"할머니랑 살아야 하는데 왜 민지 이모랑 살아?"
꼬마도 왜로 반문했다.
왜왜왜. 그녀는 이것을 '왜 지옥'이라고 일컫는다. 그녀는 꼬마가 하루 종일 '왜'를 몇 번 쓰는지 궁금해서 세어본 적도 있다.
창밖엔 느릿한 오후의 햇살이 부서진다. 그녀의 입술 사이로 마른 가을잎 같은 한숨이 새어 나온다.
"엄마, 왜 한숨 쉬어?"
또 왜다. 두숨이 피식하고 터져 나온다.
"꼬마야, 삼촌과 민지 이모는 서로 결혼을 앞두고 있으니 함께 살고 있는 거야."
"결혼? 삼촌이 결혼을 한다고?"
"그럼! 언젠가 삼촌도 결혼해서 가정을 꾸리겠지?"
"......."
삼촌이 평생 결혼을 못할 거라고 생각했을까.
혹은 삼촌이 평생 결혼을 안 할 거라고 생각했을까.
꼬마는 얼음땡 놀이를 할 때처럼 얼음 상태가 되었다.
"왜 그래?"
그녀의 질문에 꼬마가 어렵게 입을 뗀다.
"그럼 삼촌이랑 이모 사이에 아기가 생길 수도 있어?"
"당연하지! 지금도 삼촌은 너를 엄청 예뻐하는데 삼촌의 아기도 갖고 싶지 않을까?"
"그럼 아기가 생기면 삼촌이 나보다 아기를 더 예뻐하는 거야?"
"당연하지! 엄마 아빠가 꼬마를 제일 사랑하는 것처럼 삼촌도 태어난 아기를 제일 사랑하게 되겠지."
꼬마의 눈동자가 순간 길을 잃고 흔들린다. 삼촌이라는 우주에 오직 꼬마라는 행성만 돌고 있다고 믿은 견고한 세계에 금이 간다. 얼음땡 놀이에서 '얼음'을 외친 건 누구도 아닌, 꼬마 자신의 놀란 마음이다.
꼬마의 표정을 살핀 후 그녀가 말을 잇는다.
"삼촌의 사랑을 뺏겼다고 생각하면 안 돼. 지금까지 집안에 아기라곤 너뿐이었는데 너의 동생이 생기는 거야. 네가 독차지했던 그 큰 사랑들을 이제는 나눠줄 차례가 온 거야. 사랑받아서 행복했지? 그 행복을 이제는 네가 동생에게 겪게 해 준다고 생각해야 해."
"사랑을 나누어 준다고?"
"그럼! 질투를 느끼면 그걸 네가 받았던 것처럼 동생을 사랑하고 소중히 아끼는 마음으로 바꿔보는 거지!"
"아! 바꾸는 거야?"
"맞아! 넌 사랑이 많은 아이라서 충분히 큰 사랑을 나누어 줄 수 있을 거야!"
"맞아! 나는 할 수 있어!"
꼬마가 두 주먹을 불끈 쥐고 스스로 다짐을 한다.
"그런데 꼬마야, 너희 삼촌 아직 결혼도 안 했어."
"그건 그래."

질투와 사랑.
어울리지 않지만 마음의 방에서 나란히 어깨를 맞대 공존하는 두 감정.
질투라는 음지, 사랑이라는 양지.
질투는 뾰족한 가시가 되어 남을 할퀴기 전에 내 마음의 생채기부터 낸다.
질투라는 음지에 가려진 사랑이라는 양지를 물끄러미 바라본 적이 있다.
내가 가장 힘들었을 때 조건 없이 건네는 언어, 길을 잃고 방황할 때 곁을 맴돌던 묵묵한 인내, 그리고 비 오는 날 기울여주는 우산의 바스락거림 그리고 마음을 적시는 빗소리.
그런 다정하고 따뜻한 마음들이 늘 먼저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조건 없이 도착한 선물들을 잊고 욕심이 불러온 질투와 손을 잡는다.
욕심과 질투가 초래하는 참혹함을 알고 난 뒤부터 변화가 시작됐다.
내 마음을 태우기 전, 내가 받은 그 '무구한 사랑'들을 하나씩 떠올려본다. 그러면 신기하게도 마음의 가시가 빠진다.
질투는 갖지 못한 것을 자꾸 각인시키지만 사랑은 내가 얼마나 풍요로운 사람인지 깨닫게 한다.

가시를 도려내고 베푸시라.
그 순간, 질투라는 음지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햇볕이 가득한 양지가 당신의 마음을 데워줄 것이다.
오늘 당신의 마음을 스치고 간 가시가 있다면 바꿔보시라.
사랑으로.

풍요로운 당신을 응원한다.
그리고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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