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4년을 노래한 가수 패티 김
하얀 머리로 젊은이들에게도 당당하게 유머를 구사하는 85세의 그녀
최고는 다르다. 그녀를 보고 든 생각이다. 최고만이 최선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최고를 고집하며 몇십 년을 그 자리를 유지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타고난 능력이라 해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때로는 지나친 자신감의 표현 때문에 많은 이들의 비호감을 불러온 적도 있었다. 나는 특히 그런 것을 느꼈었다. 너무 드러내는 태도 때문에 타인을 무시하는 인상도 받았다. 그런 그였기에 아름다울 때 대중으로부터 떠나겠다고 하고 절가를 선언하고 방송에서 모습을 감추었다. 가끔씩은 그의 노래를 떠올렸다. 요즈음도 노래가 똑같이 나올까?
10년이 지난 어느 날! 드디어 마이크를 잡고 노래 부르는 하얀 머리, 조금쯤은 더 나이 든 모습의 그녀를 볼 수 있었다. 조금은 힘이 빠진 목소리에서는 사람의 마음을 감싸는 따뜻한 감성이 주변을 휘감돌며 어루만지는 듯했다. 눈에 힘을 한 번 주면 눈물이 쏟아질 것 같은데 입술에 힘을 모으며 감정을 실어내며 가슴으로 부르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소리가 10년 동안 잠들어 있어 깨우는 일이 쉽지 않았다고, 연습 때보다. 못 불렀다고 속상해 했다. 그 모습에서 느껴지는 예술가의 모습도 참 아름다웠다. 당당하게 딱 버티고 서서 우렁차게 소리로 세상을 채울 때보다 노래에서 느껴지는 감동은 비교가 안 되게 크게 느껴졌다. 겸손하게 자신을 인정하는데도 찬란하게 빛나는 그녀의 열정과 자신감은 너무나도 반짝였다. 손자, 손녀 정도의 젊은이들에게도. 웃음을 유발하는 거침없는 농담과 여유스러움은 최고를 가져본 사람만이 부릴 수 있는 것이었다. 존경과 사랑을 받을 충분한 자격이 느껴졌다.
64년간을 갈고 닦으면서 노력한 분만이 받을 수 있는 추앙을 누리셨다.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기에 다음을 기약조차 못했지만 나지막한 여린 목소리라도 그 어느 날 꼭 다시 듣고 싶다. 잔잔하게 흘러나오는 그 목소리에 담긴 사랑의 얘기들을 듣고 싶다. 너무나 아름다운 인생이 담긴 그 목소리에서, 그분에게서 빛나는 인생을 볼 수 있었다. 강물이 잔잔히 흐르고, 윤슬이 느껴지는 저녁 무렵 아름다운 노을을 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