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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혜숙 Jan 15. 2023

나만을 위해 켜지는 불

어느 벚나무 앞에 이르면 갑자기 불이 켜진다



   안양천을 거닐 때면 마구 행복한 구간을 몇 번 만나게 된다. 생각에 잠겨서 무심코 걷는 중에 갑자기 밝게 빛이 나며 세상이 환히 밝아진다.  평소에는 불이 꺼져 있다가 보행자의 발걸음이 그 지점쯤 왔을  때 불이 환하게 자동으로 켜지게 되는 것이다.  놀람과 기쁨으로 행복의 순간을 맛보게 된다.


   이럴 때마다 내가 세상이 매번 이렇게 된다면을 생각해 보게 된다. 처음에는 당연하게 "너무 좋겠네."라는 생각을 하게 되고 , 또 누군가 나에게 매번 이런 것을 해주면 얼마나 좋을까? 그런 뻔뻔한 생각도 한다. 그러나 내가 누군가를 위해서 그런 일을 매번 하게  된다면을 생각하면 그런 세상은 끔찍하게 싫어하게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어쩌면 환한 그 불빛도 처음의 내게는 기쁨이 되어주었지만  어느 순간 당연해지고 무감각하게 느껴져  그 빛을  감동없이 바라보게 될 것이다.


   사람들에게 도움도 그렇지 않을까? 누군가의  도움은 처음에는 다 고맙고 좋은 것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그러나 어느 순간  당연해지고 그것을 바라기만 하는 그런 날도 오게  될 것이다 . 나에게 절실하게 필요하고 그걸  얻기 위해서 안간힘도 써보고 그런 뒤 얻고 싶은 걸 얻게 되는 것과는 다른 너무 쉽게 얻어지는 것들에는 감사의 깊이와 무게가 다를 것이다.


   오늘도 안양천을 걸으면서 매번 느끼는 감사함을 생각한다. 감사하다고 느끼는 마음에만 관대해지는 것에도 조심하고 싶다. 물론 어느 것에 감사한지도 기준은 다르기는 하겠지만 감사하기만을 하는 것은  어려운 일은 아니다. 감사한  마음만으로는 부족하다. 그것을 얻은 것에 대한 내어놓는 자세도 필요할 것이다.


   오늘도 안양천을 걸으면서  이 생각 저 생각들을 넘나들며 머릿속을 채운 느낌이다.  간절히 밝음을 원하는 어떤 이의 불빛이 되어주기도, 징검다리도 되어주면서 내 감사함을 갚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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