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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혜숙 May 16. 2023

그 무엇도 언젠가는 변한다

변화가 가지고 있는 두 가지 속성



   내가 알고 있는 한 그 무엇도 언젠가는 변한다는 명제는 참이다. 어쩌면  변화한다고 하는 것은 희망적일 수도, 절망적일 수도 있다. 나쁜 일, 힘든 일을 오랜동안 견디다 보면 언젠가 좋은 일이 오게 되는 변화가 올 수도 있고, 인생의 모든 복을 누리는 듯한 어떤 사람에게도 불운의 기운으로 변화되는 일이 올 수도 있다.


   늘 편찮으셨던 우리 엄마는 삶이 몹시 힘들게 느껴지는 표정을 짓고 계셨고, 많은 것을 인내하는 듯한 모습이 겉으로 보기에 느껴졌다. 우리 4남매를 키우시는 중 많은 시간을 병원과 가깝게 지내시는 시간이 많았고, 허리가 아프셔서 자리에서 못 일어나시는 경우도 있었다. 건강하다는 인상을 받은 적이 없을 만큼 늘 지치고 힘들어하신다는 생각이 들었다.  칠십이 넘어 맞이한 노후의 시간도 많은 시간 고통과 함께 병원에서 보내신 시간이 길었다. 그 시간을 견디시는 모습이 너무도 안쓰러워 하늘나라에서 평화를 누리시는 게 낫겠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렇게 오랜 시간을  버티시던 어느 날, 우리 곁을 홀연히  떠나셨다.  매일매일 아픔과 함께 하시던 시간이 갑자기 끝이  남과 동시에 이 세상에서 엄마의 모습은 사라져 버렸다. 이 세상 어느 자리도 엄마가 차지하고 계신 공간은  상 없었다. 그렇게 세상은 변해 버렸다. 텅 빈 공간 속의 엄마의 부재감은 크기를 따질 수 없을 만큼 컸다. 그래서 하늘에다 엄마의 자리를 만들어 내가 보는 모든 하늘을 엄마의 자리로 만들어 버렸다.


   엄마가 하늘나라로 이사 가신 지 14년, 어느덧  구십이 넘은 아버지께서  아기처럼 자그마한 모습으로 점점 작아지시고, 해맑은 미소로 현재라는 시간만을 보내고 계신다.  태산처럼  크게만 느껴졌던 아버지의 담대함, 자신감, 패기 이런 모습들은 다 어디로 떠나 버렸는지 오래 전 과거의 기억들과 현재만을 가슴에 지닌 현실 속에서 존재하고 계신다.


   모든 사람이 아픔의 고통 없이 평화스러운 모습으로,  사는 곳을 떠나 하늘나라로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죽음의  시간이 고통스럽게 다가오지 않고 자연으로 돌아가는 지극히  아름다운 순간으로 다가왔다면  아마도 부처님의 생로병사에 대한 고통으로 인한 출가는 없었을 것이다.


   변화는  늘 당연하고 어차피 올 것이란 것을 알았다고 해도 변화를 인지한 순간 당혹감이란 말할 수 없이 잔혹함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어느 날 나에게 온 변화도 그럴 것이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성장이라는 변화는 당당하게 맞이했지만, 노화라는 변화는 충격적으로 다가오기도, 허무함으로 채워지기도 할 것이다. 변화하는 삶이 아름다울 수 있지만, 변화되는 삶은 인간의 미미함을 깨닫게 할 것이다.


  언젠가 변화되는 그 삶의 모습이 요즘 여기저기에서 예측할 수 있게 되니 많이 불안하고 흔들린다. 절대불변이 있다고 해도 그것은 자연스런 상태는  아닐 것이다. 변화하는 그 모든 진실 앞에서 너무 작은 내가 서 있어야 하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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