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당근 마켓에 올라온 아기별처럼 생긴 꽃이 너무 마음에 들어 우리 집 베란다에 들여놓았다. 햇빛이 부족했는지 꽃 몇 개 보여주곤 시들시들 말라 버렸다. 플라스틱 화분에 담긴 채 방치되다가 다른 화분의 밑에 놓고 받침으로 사용되었다. 어느 날 위치를 바꾸려고 위의 화분을 들자 아래 화분이 딸려 들리는 게 아닌가! ""이건 무슨 일이지?'' 하고 두 화분을 떨어뜨리니 방치된 화분에서 새싹들이 파릇파릇 올라와 자라고 있었다. 아! 내가 무슨 일을 한 것일까? 귀한 생명들을 이렇게 함부로 대접하면서 꽃이 예쁘다고 말할 수 있나? 꽃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나? 자성의 시간을 가졌다. 스스로 자라고 키우는 생명의 신비 앞에 두 손 모아 감탄하고 감사할 뿐이다.
아이페이온 (향기별꽃)
어떻게 내가 너를 안다고 할까?(에피소드 2)
이웃이 이사 가면서 작은 화분 하나를 주고 갔다. 무슨 꽃인지 알지 못한 채 물을 주고 키워 나갔다.이름도 알지 못하지만 잎만으로는 꽃 이름을 알 수 없어 꽃이 피면 알아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별 기대 없이 다른 꽃에 물을 줄 때마다 같이 주기를 반복한 어느 날 정말 작은 별처럼 선명한 꽃이 빨갛게 피어났다. 작고 평범한 잎에서 새털 모양으로 줄기를 감고 올라가다가 녹색 무성한 잎 사이로 피어난 꽃은 밤하늘의 별빛보다 찬란했다. 그리고 그날 핀 꽃은 저녁에 오므라들어 꽃잎이 도르르 말린 채 곱게 떨어졌다 그다음 날에도, 그다음 날에도 한 달여 기간을 피고 지는 그 꽃이 너무 귀하고 소중해 다음 해에도 꽃을 보기를 희망하며 꽃씨를 보관하고 이듬해 봄 심었다. 그러나 비실비실 싹이 나오는가 싶더니 곧 죽기를 여러 해 반복했다.
안타까움이 마음으로 가득해도 더 이상은 안 되겠다 생각이 들어 포기하고 이름만을 기억했다. 새깃 유홍초! 그러던 중 빈 화분이 있어 흙을 합해서 새로운 꽃을 심었다. 그런데 한참 후 보니 새순이 나오는 것이 보였다. 새 깃털처럼 생긴 잎이 보였다. 설레는 마음과 불안한 기대의 마음으로 기다렸다. 드디어 잠들었던 유홍초의 씨앗은 발아되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웠다. 하루에도 몇 송이씩 긴 시간을 우리 베란다에 머물렀고, 씨앗을 남기고 져버렸다.
몇 년의 기다림 끝에 만난 인연의 꽃이기에 나에겐 아름답기도 하지만 특별한 꽃으로 여겨진다. 그리고 여러 해 동안 혼자 살아남은 강한 생명력!
그 신비 앞에 절로 고개가 숙여진다.
고맙다. 내년에도 꼭 다시 만나자!
아이들이 태어나면 손가락, 발가락을 살펴보던 부모들의 마음도 생명의 신비 앞에 말할 수 없이 경건했을 것이다. 미물들에게도 유전자라는 고도의 과학적 구조가 저장되어 있음에도 감탄하지만 강한 생명력으로 자신을 지켜내는 이 우주의 질서 앞에서 생명에 대한 외경심이 더 강하게 느껴지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