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는 현금을 만드는 기계다

그래서 직원인 우린도 가성비로 판단 받는게 맞다.

by 너클커브

"회사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무던히 많이 주고 받던 시절이 있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사용자의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 글로벌 No.1을 위해 등등.. 많은 회사들이 미션, 비전, 존재 이유, 소명이란말로 내세우는 가치는 대동소이하게 아리송하게 두루뭉실하다. 교육 담당자로서 이런 말에 가슴이 뛰었던 적도 있고, 이런 말에 가슴이 뛰어야 한다고 강변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어떤 시점부턴가 과연 이게 전부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일하면서 만난 한 회계사분이 "회사는 현금을 만드는 기계다"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회계적으로 봤을 때라는 전제 조건을 붙였지만, 나는 지금까지 듣과 봤던 회사에 대한 정의 중에 이 말이 가장 명확하다고 생각한다. 단순화하면 회사가 하는 활동은 자원(인적/물적/시간..)을 투입해서 만들어낸 제품(물건/서비스/플랫폼...)을 고객(시장과 동의)에게 제공하고 그 가치를 회수하는 어떤 프로세스라고 할 수 있다. 가치의 회수 방법은 산업과 사업의 형태에 따라 다양하겠지만, 결과적으로 회사가 하는 모든 활동은 이익을 위한 일이고 이익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가 "현금 창출력" 이다.


현금 창출이라는 관점에서 회사의 일을 더 단순화하면 "투자 대비 이익"이라고 할 수 있다. 개발을 하던, 영업을 하던, 광고를 하던, 디자인을 하던, 나처럼 HR 일을 하던 회사의 모든 일은 돈을 쓰는 '투자'이고 그 결과물로 돈을, 그것도 '현금'을 만들어내야 한다. 투자 대비 이익의 세상에서 회사가 직원을 바라보는 첫 번째 잣대도 가성비가 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 신기하게도 우리네 회사들은 직원과 회사의 관계에서 어떻게든 돈 이야기를 지우려고 한다.


작은 생활용품 하나를 사더라도 가성비를 고려해서 최저가를 검색하는 세상이다. 복잡한 노동환경 때문에 해고가 어렵다는 점은 알겠지만, 그래도 직원을 고용하고 일을 시킬 때 회사의 최우선 고려 순위가 '가성비'라는 것은 인정했으면 좋겠다. 물론 이건 나를 포함한 직원들에게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정말로 가성비가 나오는 직원인지 스스로 물어봐야 한다. 이때 냉정한 시장 가격과의 비교가 중요하다. 나보다 연봉이 20% 낮은 사람을 채용하여 지금 내가 하는 일을 정확히 대체할 수 있다면 회사가 나를 고용할 이유는 없다. 최소한 내 연봉 만큼은 성과에 기여하고 있어야, 가성비가 나오는 사람이다. 나이 먹을수록 연차가 쌓일수록 이걸 유지하는 것이 정말 어렵지만 누가 대신 해주지 않더라.


연차는 쌓였는데 직원으로서의 나의 가성비를 유지하는 일반적인 방법은 연관된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Generalist"가 되거나, 다양한 사람들의 능력을 엮어서 조직의 문제를 해결해주는 "Leader"가 되는 것이다. 명확하게 두 가지 길이 나뉘진 않는 것 같다. 이 두 가지는 공식적으로 또는 비공식적으로 유사하게 섞여있다. 흔히 말하는 시니어 직원에 대한 회사의 기대치는 리더+제너럴리스트 라고 생각한다. 방법을 알려주지도 않고 새로운 기대만 하는게 일면 답답할 순 있으나, 사실 방법이 없다. 나의 쓸모를, 더 정확히 말하면 가성비를 유지하려면 공식적인 지위 부여와는 관계없이 조직 안에서 나라는 개인의 영향력을 키워나가야 한다. 우리의 회사 생활 속에서 아마 이 영향력을 부르는 단어가 Leadership 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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