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때문에 일해도 된다

우리 사회에서 돈은 생리적 욕구보다 훨씬 높은 가치가 있다.

by 너클커브

왜 일하는가?라는 질문을 가지고 그룹사의 많은 직원들과 이야기를 해야하던 시절이 있었다. 워드 클라우드로 공유하고 싶어서, 단어로 대답하되 한 사람당 최대 3개까지 답할 수 있도록 진행했었다. 약 3,000 명 정도에게 물어봤었는데 언제나 월급, 돈, 생계 최상위 그룹이었다. 그 뒤를 자아실현, 성취감, 도전 등이어 나가는 패턴 또한 유사했다.(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인 답변은 '돈', '돈', '돈' 이었다.) 당시 MZ 세대 담론의 태동기였고, 정확히 출처는 알 수 없는 어떤 설문 조사로 인해 MZ세대는 가치가 일순위어여만 할 것 같은 상황이었음데도 현실은 냉정했다. 대다수의 직원은 돈 때문에 일한다. 두 번 말할 필요도 없다. (심지어 저 설문조사에서도 매우 근소한 차이로 2위가 돈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프레이밍의 중요성...)


회사가 직원을 가성비로 평가한다는 말만큼이나 한국 기업에서 말하지 않는 진실이 돈 벌려고 일한다라고 생각한다. 자본주의 세상에서 자본의 총아인 기업에서 일을 하는데 보상이 일의 이유가 되면, 마치 일을 열심히 하지 않는 사람이거나 잘못된 생각을 가진 사람처럼 대우 받는 것 같다. 어쩌면 이 원인은 너무나도 유명하신 메슬로우의 욕구 이론에서 시작된 것일수도 있다. HR이라는 일터에서의 지식이 의례 그러하듯 메슬로우의 욕구 5단계 모형 또한 정말 꼼꼼히 신중하게 고민된 상태에서 회자되지 않는다. 그저 생리-안전-소속-존경-자아실현의 위계로 이해되고 있고 당연히 돈은 생리 혹은 많이 처줘야 안전의 욕구와 매칭된다. 이러한 상황이니 돈 때문에 일해요라는 말은 스스로 생리와 안전 욕구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사람임을 자백하게 만드는 이상한 기분을 준다.


우리는 왜 돈을 많이 벌고 싶어할까? 굳이 욕구 이론에 기대어보면, 현실 세계에서 돈이 생리와 안전을 넘어선 고차원의 욕구까지 충족시켜준다면 이해가 된다. 더 많은 돈이 소속감의 질을 높여주고, 존경을 받게 해주고, 심지어 자아 실현까지 해준다면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닐까? 연일 다양한 매체에서 연예인, 프로 운동 선수, 사업가, 인플루언서들이 나와서 사용할 수 있는 돈의 크기가 얼마나 많은 것을(때로는 거의 모든 것을) 바꾸는지를 보여주고 있다. 꼭 외부에서 찾지 않아도 우리는 스스로 안다. 월급이 10%만 올라도 얼마나 많은 것들이 달라지는지..


나도 몇 차례 이직을 해봤고, 이직한 사람들도 많이 만나봤고, 퇴사 면담도 해보았다. 많은 경우 이직을 하면 연봉의 15~20%는 올려서 이동한다. (사람이 싫어서, 비전이 없어서, 업무가 과해서 탈출하는 경우는 제외다.) 돌려서 생각해보면 모든 회사의 채용 페이지에서 힘주어 말하고 있는 비전, 성장, 열정, 문화와 같은 예쁜 말보다 연봉 15% 인상이 더 명확한 이유란 뜻이다. 돈 말고 다른 이유도 하나쯤 있으면 좋겠지만, 그거 없어도 된다. 왜 일하느냐?라는 질문에 돈 벌려고 일한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으면 언제라도 다른 곳에서 일할 수 있다고 솔직하고 당당하게 말해도 된다.


회사는 왜 돈 때문에 일하는 직원을 계속 데리고 있어야 할까? 퍼포먼스가 좋을 수도 있고 대체 불가능한 스킬을 가지고 있을수도 있다. 하지만 일반적인 수준의 직장인이라면 사실 회사가 나와의 고용 관계를 계속 유지하는 건, 대체하는 과정의 번거로움과 기회 비용이 지금 내 연봉보다 크기 때문이다. (이건 리더십게임이라는 책에서 본 내용으로 기억한다) 대체할 수 없는 사람은 아니지만 굳이 대체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싶지 않고, 그 대체된 사람이 나와 동일한 성과를 내는 기간까지의 매몰비용이 큰 사람이라면 회사는 굳이 교체라는 강수를 두지 않는다. 그러니 성과를 내는 과정에서 나라는 사람의 영향력을 키우는 노력도 필요하다(정치질 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기왕 돈 벌려고 다니는 회사, 조금이라도 더 가치가 높은 직원이 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해보는 건 의미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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