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순의 구조와 '정직함의 폭로': 영화 《브루탈리스트》

by 성원

영화 《브루탈리스트(The Brutalist)》의 제목은 주인공 건축가 라즐로 토스(László Toth)의 생애와 그가 투영하는 포스트-워(Post-War) 시대 건축 사조의 본질적 모순을 함축한다. 본고는 토스가 상징하는 건축적 계보를 분석하고, 그가 추구한 모더니즘의 이상과 그의 현실적 삶의 '브루탈한' 면모를 대비함으로써, 영화 제목이 단순한 양식의 지칭을 넘어 당대 건축 윤리 및 인간 본성의 실패를 고발하는 강력한 메타포임을 논한다.


1. 모더니즘의 계보와 '본질주의'로의 이행


부다페스트 출신 유대인 건축가 토스는 바우하우스 교육을 통해 기능주의(Functionalism)와 탈장식(Unornamentation)을 신조로 하는 초기 모더니즘의 이상을 내재화했다. 그의 초기 유럽 작품에서 발견되는 순수한 기하학적 형태와 미니멀한 가구 디자인은 발터 그로피우스(Walter Gropius)의 청교도적 모더니즘을 명확히 계승하는 지점이다.

그로피우스 하우스

미국 이주 후, 그의 건축적 탐구는 모더니즘의 후기 거장들로 확장된다. 밴 뷰런 일가의 리모델링 작업에서 나타나는 빛과 재료의 엄격한 상호작용은 루이스 칸(Louis I. Kahn)의 본질주의(Essentialism) 철학과의 깊은 연관성을 암시한다. 서재에서 포착된 공간의 톤과 구도는 칸의 솔크 연구소의 '빛의 공간'을 연상시키며, '빛', '시간을 초월한 공간', 그리고 토스의 조카 손녀가 사용하는 '인스티튜트(Institute)'라는 개념어는 벽돌에게 '무엇이 되고 싶니'라고 물으며 건축 재료의 존재론적 의미를 탐구했던 칸의 사상을 그대로 반영한다.

Salk Institute

이는 토스가 기능적 모더니즘을 넘어, 구조와 재료의 순수성을 통해 건축적 진실(Architectural Truth)을 탐색하는 '청교도적' 태도를 견지했음을 보여준다.


2. 브루탈리즘의 구현: 구조와 윤리의 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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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스가 완공하지 못한 최후의 역작은 모더니즘의 미학적, 기술적 정수를 총합한다. 순수한 조형미는 러시아 절대주의(Suprematism)의 영향을 받아 기하학적 형태의 본질을 추구하며, 내부의 틈을 통해 들어오는 빛은 일본의 안도 타다오가 '빛의 교회'에서 보여준 종교적 아우라를 연상시킨다. 또한 가변적인 45도 각도의 콘크리트 루버(르 코르뷔지에의 Brise-Soleil)는 빛의 산란을 정교하게 제어하며, 이는 구조적 요소를 미학적 장치로 활용하는 브루탈리즘의 전형적인 수법이다.

a4edb5db371671cc6fdba73a79700c49.jpg Brise-Soleil - Le Corbusier

이러한 건축적 모티브들은 최종적으로 브루탈리즘(Brutalism)이라는 사조로 수렴된다. 브루탈리즘은 르 코르뷔지에의 베통 브뤼(Béton Brut, 거친 콘크리트)에서 유래된 이름처럼, 마감재를 배제하고 구조 재료 자체를 미학적 대상으로 삼아 '정직함'을 극대화한다. 이 사조는 전후(戰後) 유럽의 재건 과정에서 기능과 경제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모더니즘의 유토피아적 이상이 현실에서 좌절된 것에 대한 미학적 반발이기도 했다. 라즐로 토스는 기능과 재료의 순수성이라는 모더니즘의 윤리적 척도를 극한까지 끌어올린, '이상으로서의 브루탈리스트'였다.


3. 제목의 의미: Brutalism, 인간 본성의 폭로


그러나 영화 제목의 깊은 울림은 토스의 건축적 윤리와 그의 개인적 도덕성 사이의 극단적인 괴리에서 발생한다. 건축에서 '정직성'과 '순수함'을 추구했던 그는 사생활에서 파티, 매춘, 마약 등에 탐닉하며 끊임없이 금기를 위반하는 윤리적 브루탈리즘을 보인다. 교회를 설계하면서도 유대교 예배당을 찾는 그의 이중적 행위는, 건축가로서의 이상과 개인적 신념의 불완전한 공존을 보여주는 극명한 예시다.

토스의 이러한 쾌락적, 파괴적 행태는 제2차 세계대전과 홀로코스트를 경험한 후 미국으로 건너온 이민자로서, 뿌리 뽑힌 존재가 겪는 불안과 시대적 '두려움'이 표출된 결과로 해석할 수 있다. 브루탈리즘 건축이 콘크리트의 거친 표면을 숨김없이 드러내듯, 영화 제목 '브루탈리스트'는 건축 양식을 넘어, 이 혼란한 시대 속에서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가장 원초적이고 도덕성이 결여된 상태, 즉 '가장 거친(Brutal) 인간 현실'을 상징적으로 폭로한다.


결론적으로, 영화 《브루탈리스트》는 라즐로 토스라는 인물을 통해 건축적 이상과 인간적 모순의 구조적 충돌을 다룬다. 브루탈리즘의 청교도적 이상은 인간의 본능적 쾌락 앞에서 붕괴되지만, 역설적으로 그 두 개의 대조적인 극단은 '거침(Brutality)'이라는 공통의 언어를 통해 하나로 통합된다. 따라서 이 영화의 제목은 모더니즘의 유토피아적 약속이 인간의 나약함과 시대의 공포에 의해 어떻게 변질되고 좌절되었는지를, 구조적 순수함과 도덕적 폭력성이라는 이중 프레임을 통해 가장 강렬하고 솔직하게 비평하는 건축 철학적 선언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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