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미테이션 게임>(2014)에 대하여
모튼 틸덤 감독의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활약한 천재 수학자 ‘앨런 튜링’을 다룬 전기 영화이다. 이 영화는 전기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사실을 각색한 장면이 많아, 몇몇 저널리스트나 작가로부터 강하게 비판받기도 했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각색한 이야기에서 감독의 메시지를 엿볼 수 있었다.
*Mark Saltveit, 「The Imitation Gay」, 『THE TYEE』, 2015.02.28.
먼저, 앨런 튜링이 업적에 비해 주목받지 못한 이유는 그가 동성애자였기 때문이다. 영국에선 동성애가 불법이었기 때문에, 그는 성 문란 죄로 화학적 거세*를 선고받았다. 2013년 12월,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앨런 튜링을 사면했고, 이듬해 2014년에 <이미테이션 게임>이 개봉했다. 즉, 튜링이 가진 동성애자로서의 정체성에도 집중할 만한 시기였다고 생각한다.
*약물을 이용해 남성호르몬의 분비를 차단하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이 정체성에 대한 감독의 시선이 각색된 이야기를 통해 드러난다. 앨런 튜링을 다루는 작품은 대부분 수학자로서의 그에게 집중한다. 그런데 <이미테이션 게임>은 그의 ‘성적 취향’에 더욱 주목했다. 영화에서 튜링의 이야기는 어릴 적 친구인 ‘크리스토퍼’를 중심으로 돌아간다. 크리스토퍼가 튜링에게 암호학을 알려주고 이른 나이에 사망해, 튜링이 ‘생각하는 기계’에 몰두하게 되었다. 모든 과정은 튜링이 독일의 암호화 기계를 파훼하는 성과로 이어진다. 동성애자로서의 이야기와 수학자로서의 활약을 통합하는 것이다.
또한 과거와 현재를 교차 편집함으로써 두 정체성의 연계를 강화했다. 영화는 튜링이 크리스토퍼의 사망 소식을 들은 과거와 기계에 ‘크리스토퍼’라는 이름을 붙이고 외로움을 견디는 현재를 번갈아 보여준다. 이를 통해 관객은 튜링의 행동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홀로 쓸쓸하게 죽은 결말에 동정한다.
<이미테이션 게임>은 앨런 튜링을 다룬 영화이지만, 전기 영화로 분류하기엔 실제와 다른 이야기가 아주 많다. 하지만 위인이나 전기 영화란 그 시대에 요구되는 사상을 강하게 반영하기 마련이다. 이 시대에 중요하게 떠오른 가치는 무엇일까. 나는 ‘다양성’이라고 생각한다. 사소한 차이 때문에 능력을 무시하고 신변을 위협하는 시대에, 영화는 일찍이 피해자였던 앨런 튜링을 내세워 메시지를 전했다. 사랑의 다양한 가능성과 그를 대하는 마음가짐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