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을 쥐는 이유도 매력이 된다.

게임 <오버워치>에 대하여

by 이주미
게임의 스토리는 포르노의 스토리와 같다. 있으면 좋겠지만, 중요하진 않다.


세계적인 게임 개발자 존 카맥(John Carmack)이 FPS <DOOM> 개발 당시 한 발언이다. FPS는 ‘First Person Shooter’(1인칭 슈팅 게임)의 약자로, <서든어택>과 같은 ‘총 게임’을 가리킨다. 서술한 특성상 FPS는 이야기보다 기술이 더 중요하게 여겨졌고, 이 발언은 강한 표현만큼이나 게임 내 스토리의 쓸모를 드러내는 말로써 게임사에 깊게 남았다. 하지만 2016년, 세계적 위기 이후 가까운 미래를 기반으로 한 FPS <오버워치>가 흥행하며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한다.

<오버워치>는 약 2060년대 미래 지구를 배경으로 한다. 과학 기술이 발전하여 인간은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 ‘옴닉’을 개발했다. 하지만 옴닉자동생산시설 ‘옴니움’에서 살상 로봇을 생산하여 세계대전을 일으켰고, 일명 ‘옴닉 사태’가 발발한다. 국제 연합은 이에 대항하여 인류를 지키기 위해 국제 특수기동 부대 ‘오버워치’를 결성했다. ‘옴닉 사태’ 종결 이후, 오버워치에서 알 수 없는 내분으로 본부가 폭발하고, 유엔은 오버워치 활동을 금지하는 페트라스 법을 통과한다. 게임 <오버워치>는 페트라스 법이 시행되어 세계적으로 범죄율이 증가하자 전 오버워치 요원들이 재결합한 시점이다.

이러한 <오버워치>의 고유 세계관에는 더욱 주목할 점이 있다. 바로 게임 내 캐릭터(이하 “영웅”)가 중심 세계관에 걸맞게 입체적인 성격을 가진 점이다. 영웅 ‘윈스턴’은 페트라스 법을 우려하여 오버워치 재소집에 회의적인 입장이었다. 그러나 한 범죄 조직이 전 오버워치 요원만을 습격하고 있음을 알아채고 그들을 다시 소집하기로 한다. 또한, 옴닉을 혐오하는 문화가 만연한 사회가 있다. 옴닉 사태로 인해 모든 옴닉은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았고, 인류와 옴닉 간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단체도 나타난다. 영웅 ‘자리야’도 어린 나이에 옴닉 사태를 경험하여 옴닉 영웅을 적대하는 모습을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이렇게 선역과 악역 사이에 목표가 충돌하거나 게임 내 사건이 캐릭터의 심리에 영향을 주어, 각 영웅이 무기를 쥔 사유를 알려주고 새로운 사건을 전개한다.

이와 같은 고유 세계관은 이용자가 게임을 즐길 또 다른 요소가 된다. <오버워치>는 영웅과 영웅, 영웅과 특정 맵을 상호작용하여 임의로 음성 대사를 재생한다. 그 대사는 대부분 게임 진행에 관한 내용이지만 일부는 해당 캐릭터의 성격을 드러낸다. 마치 사람처럼 말싸움하거나 추억을 되새기며, 영웅은 단순히 조작할 수 있는 캐릭터를 능가한다. 같은 방식으로, 영웅은 숨겨진 사건에 대한 단서를 뿌리고, 이용자가 단서를 연결하면 개발사에서 새로운 스토리를 공개하는, 게임 외 상호작용을 유도하기도 한다. 게임이 이야기 진행을 위한 수단이 되는 것이다.

또한 고유 세계관과 매력적인 캐릭터는 게임 외에 2차 창작 활동까지 촉진한다. 2차 창작이란, 원작(1차 창작물)의 설정을 빌린 모든 작품을 말한다. 단순한 패러디부터 팬아트, 팬소설 등. 흥미로운 고유 세계관과 잘 어우러진 캐릭터는 2차 창작 활동을 촉진하고, 비슷한 사람끼리 팬덤을 이루어 소통하도록 한다. 이 활동은 특정 게임을 잘하지 않아도 즐길 수 있어, 취향이나 실력 문제로 관심을 끊는 비 이용자들 또한 끌어들이기 쉽다.

그러나, 누군가는 <오버워치>가 가진 이야기를 게임 방식에 개연성을 부여하기 위한 용도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개발사가 고유 세계관을 인지하고 그 매력을 이용하고 있다고 여긴다. <오버워치> 굿즈는 단순히 게임 로고가 그려진 상품보다 특정 캐릭터를 강조한 상품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캐릭터 상징을 옮긴 모자부터 키보드까지 종류도 다양하여, “게임”보다 게임 내 “캐릭터”에 치중하는 모습을 보인다. 둘째로, <오버워치> 공식 유튜브 채널에는 일정 주기로 영웅 사이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다룬 단편 애니메이션이 올라온다. 애니메이션은 중심 스토리와 깊게 연관되기도, 온전히 영웅 개인사를 다루기도 한다. 이를 통해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 어떤 요소를 사랑하는지 게임사가 깊이 파악하고 있다고 생각된다.

온라인 FPS는 진입장벽이 높은 장르다. 특히 <오버워치>는 ‘팀 게임’이기 때문에, 툭하면 욕먹기 쉬운 우리나라에서 꺼려지는 방식이기도 하다. “부모님의 안부를 지키기 위해 게임을 열심히 한다”라는 말이 생길 정도로 그 강도는 심하다. <오버워치>도 이 문화를 해결할 수는 없었지만, 한때 흥행한 데는 앞서 말한 세계관이 크게 이바지했다고 생각한다. <오버워치>는 이용자가 아니더라도 즐길 수 있는 요소를 잘 이용했다. 이 장점이 오래 유지되지 못했더라도, 동류 게임에 고유 스토리의 가치를 알린 게임이다.


*2년 전에 작성한 글입니다. <오버워치 2>의 흥행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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