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에서 영화로

게임 <역전재판>에 대하여

by 이주미

I. 서론

일반적으로 게임과 영화 모두 주인공을 중심으로 시나리오를 진행하지만, 영화의 사용자는 영상의 정보를 관찰·감상하고 컴퓨터 게임의 사용자는 주인공을 통해 시나리오에 직접 개입한다. 이 점에서 영화는 사용자를 수동적으로 만드는 매체이다.* 결국, 게임을 영화로 제작하는 단계에서 내러티브가 변화하는 까닭은 이 매체의 차이에서 유래한다.

* 염동철, 「컴퓨터게임 텍스트의 서사구조 연구」, (기초조형학연구, 2004), p346

화면 캡처 2022-10-12 220030.jpg **

게임 <역전재판>은 사용자가 시나리오에 몰입하는 것을 중심 요소로 삼으며, 이를 전개하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한다.*** 따라서 사용자가 개입할 수 없는 매체에서 전체 내러티브를 구성하는 방식이 바뀔 수밖에 없다. 이 글에서는 게임 <역전재판1>****과 영화 <역전재판>의 한 시퀀스를 들어, 사용자의 개입 여부를 차이로 내러티브를 어떻게 구성하였는지 논해보겠다.

** 송재홍, 이원형, 「컴퓨터 게임 및 시나리오에 관한 고찰」, (한국컴퓨터게임학회논문지, 2002), p65

*** 유승환, 「게임과 서사의 충돌과 그 극복의 노력 -게임 서사의 자기갱신을 위한 실험적 시도들-」, (스토리&이미지텔링, 2017), p334

**** 명칭은 <역전재판>이 맞지만, 다른 시리즈 혹은 영화 <역전재판>과 구별하기 위해 이렇게 표기한다.



Ⅱ. 게임에서 영화로

1. 작품 소개

<역전재판1>(2001)은 주인공 나루호도 류이치(成歩堂龍一) 변호사가 증거를 모아 살인누명을 쓴 의뢰인의 무죄를 밝히는 법정 어드벤처 게임이다. 크게 증거를 모으는 탐정 파트와 검찰 측과 대립하는 법정 파트로 나뉘며, 사용자는 탐정 파트에서 모은 증거를 사용해 사건의 전말을 밝혀낸다. <역전재판>(2012)은 <역전재판1>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혹평에도 불구하고 CG를 이용한 일부 연출이 눈에 띄는 영화다.



2. 매체 간 차이점

<역전재판1>은 사용자가 곧 주인공으로서 직접 증인의 증언을 추궁하고 모순을 찾아내는 것이 주 활동이다. <그림 1>은 살인 사건의 목격자 ‘코나카 마사루’를 심문하는 장면과 일부 증언이다. 사용자는 코나카가 살인 사건 당시 현장에 있었음을 증명해 피고(의뢰인)의 누명을 벗겨야 한다. 이때 증언을 ‘추궁’해 자세한 정보를 물어보거나 적절한 증거품을 ‘제시’해 모순을 간파할 수 있다. ‘제시’에 성공해야만 해당 심문을 종료하고 이후 시나리오를 진행하므로, 사용자가 사건을 이해하고 몰입하는 것이 내러티브의 중요한 요소가 된다.

이 과정에서 사용자가 증언을 한 문장씩 되짚어야 하므로 상당한 플레이타임을 요구하는데, 영화에서는 법정 파트를 크게 생략했다. 사용자가 사건을 이해했느냐에 관계없이 주인공 나루호도가 스스로 모순을 간파한다. 사용자는 나루호도를 통해 정보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며 내러티브의 주체보다 관찰자로서 행동한다.

두 작품 모두 전체적으로 선형적인 내러티브를 가지지만, <역전재판1>은 사용자의 행동에 따라 대사가 추가되거나 이후 이야기를 진행하는 등 비교적 변칙적인 양상을 띤다. 그에 비교해 <역전재판>은 사용자를 배제함으로써 변칙이 사라지고, 쇼트를 연속편집으로 연결함으로써 내러티브가 일방향으로 진행됐다.



Ⅲ. 결론

<역전재판1>과 <역전재판>의 한 시퀀스를 비교해, 컴퓨터 게임에서 영화로 이동하면서 내러티브에 나타난 변화를 논했다. 게임과 달리 영화의 사용자는 내러티브에 개입할 수 없으므로, 사건을 관조하는 태도가 강해졌다.

<역전재판1>이 실험작임에도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게임 방식과 시나리오를 긴밀하게 결합하고 내러티브를 진행하는 것을 사용자의 목표로 설정한 시도가 크다. 따라서 <역전재판>에서 주체로서의 사용자를 대체할 특별한 매력이 없었던 점이 흥행 실패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생각한다. 빠른 전개를 위해 사건 순서도 변경하여 등장인물 간 감정선도 탄탄히 구축하지 못한 것은 영화로서도 실패하게 했다.

인터랙티브 무비(Interactive Movie)처럼 특정 분기점에서 사용자에게 선택지를 제공하는 방식을 사용한다면, 기존 매력을 일부 보존한 채로 성공적인 매체의 이동을 이루었으리라 조심히 짐작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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