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과 물, 그 사이에 다리

<코코>(2017), <신과함께-죄와 벌>(2017)에 대하여

by 이주미

Ⅰ. 서론

영화에서의 저승은 흔히 공포와 위협이 가득한 세계이다. 귀신이나 유령, 좀비가 돌아와 사람을 공격하거나, <신과함께>에서처럼 이승에서의 죄를 심판받는 등. 각각 현대인이 내포한 두려움이나 죄책감을 승화시킨다. 그래서 영화에서 이승과 저승은 서로 분리되어 존재하고, 두 세계의 충돌은 부정적으로 표현된다.

필자가 지금까지 알았던 저승의 이미지도 이와 같다. <신과함께>에 등장하는 ‘삼도천’,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에서 언급하는 ‘강’은 물의 이미지를 이용해 이승과 저승을 나눴다. 죽음은 물살에 떠밀리듯 갑자기 찾아오고, 한 번 휩쓸리면 다시 돌아올 수 없다. 떠내려가기 전까지는 아무도 끝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죽음은 물의 ‘위험’과 ‘단방향’을 반영한다.

하지만 영화 <코코>(2017)는 조금 다르다. 여기서 두 세계는 ‘죽은 자의 날’을 계기로 유기적으로 연결된다. 이승과 저승은 ‘기억’을 매개로 연결되어있고, 주인공인 ‘미겔’은 두 공간을 오가며 그 연결을 강화하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이 과정에서, 저승은 애니메이션을 통해 화려하고 자유로운 세계로 실존한다. 그러므로 이 글에서는 영화 <코코>에 등장한 미장센을 영화 <신과함께-죄와 벌>(이하 “<신과함께>”)과 비교하고 새로운 저승의 이미지를 분석하고자 한다.



Ⅱ. 죽음과 물, 그 사이에 다리


1. 물의 이미지

영화 <코코>는 멕시코의 문화를 기반으로 한 뮤지컬 판타지 영화이다. 미겔은 대대로 신발가게를 운영하는 리베라 가문의 일원이며, 이 가문에 금지된 것이 있다면 바로 음악. 그 사이에서 미겔은 몰래 뮤지션을 꿈꿨다. 꿈을 이루기 위해 명가수였던 고조부 ‘에르네스토 델라 쿠르즈’의 기타를 훔쳤다가 ‘죽은 자들의 세상(저승)’에 들어간다.

왼쪽 그림은 미겔이 처음으로 저승에 오는 장면이다. 나뭇잎으로 이루어진 다리가 저승의 입국 심사대와 이승을 연결하고, 다리 아래에는 물이 펼쳐져 있다. 깊이를 알 수 없을 정도로 검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저승의 건물에 섞여 눈에 띄지 않는다. 그리고 촘촘한 다리 기둥이 물을 가림으로써 안정적인 이미지가 먼저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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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코코>, <신과함께-죄와 벌>의 장면 일부

그렇다면 오른쪽 그림을 보자. <신과함께>에서 물의 이미지는 ‘나태 지옥’이란 공간에서 극대화한다. 소방관(망자)이 탄 뗏목은 빠른 물살에 휩쓸려 폭포 아래로 떨어지려 한다. 차사 둘이 들어가 그것을 막지만, 물속에는 죄인을 뜯어먹는 인면어가 득실하다. 여기서 물은 망자를 지옥으로 이끌고 그들을 위협하는 거대한 장치로써 활용된다.

물에서 추출할 수 있는 이미지가 하나 더 있다. 바로, ‘위치’이다. 물은 중력에 의해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그것을 따라 아래로 가기는 쉽지만, 물을 거슬러서 올라가기란 매우 어렵다. 오른쪽 그림에서는 폭포 아래에 형벌 장이 있는 구조를 통해 그곳을 자발적으로 벗어날 수 없음을 알려준다. 그리고 사용자는 이 구조를 보고 공포감을 느낀다.

반대로 <코코>에서 이승과 저승 사이에 있는 물은 아주 잔잔하다. 강보다는 바다, 내지는 호수의 느낌을 발산하며, 두 세계가 같은 높이에 있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일반적으로 저승은 이승의 위아래에 있다고 상상되곤 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잔잔한 물과 완만한 다리를 이용해 저승을 이승과 가까운 곳으로 끌어왔다. 이것은 주인공이 두 공간을 오가는 과정을 쉽게 만드는 동시에 사용자에게 저승의 친근감을 확대한다.



2. 교훈의 성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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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신과함께-죄와 벌>, <코코>의 장면 일부

두 번째로 살펴볼 것은 ‘저승’이라는 공간이 전달하는 메시지 그 자체이다. 왼쪽 그림은 <신과함께>에서 망자가 저승의 관문을 지나는 장면이다. 절벽으로 둘러싸인 공간에 재판관 형상의 석상이 망자들을 내려다본다. 이곳에서 주인공이 앞으로 겪을 7대 재판이 얼마나 험난한 일인지 암시하며, 상상 속 두려움을 구체화하고 위압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그리고 <코코>는 저승의 상상도를 다르게 표현한다. 재판도 벌도 없고, 모두가 각자의 장소에서 각자의 삶을 영위한다. 하지만 이런 삶에도 끝이 있는데, 산 사람에게서 완전히 잊히는 것이다. 망자를 기억하는 사람이 없을 때 그들은 진정한 죽음을 맞고 소멸한다. 멕시코의 문화에 기반한 설정을 통해, 사용자는 기억을 중요시하고 타인이 잊히지 않길 바라게 된다.

두 영화에서의 저승은 서로 다른 요소를 채용해 사용자에게 다른 교훈을 전달한다. ‘재판’은 반인륜에 대한 대가를 부과함으로써, 사람이 죄를 회피하기 위해 도덕을 행하도록 만든다. 반면에 <코코>는 ‘기억’을 이용한 감동적인 이야기를 제시하고, 사용자가 삶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스스로 공동체에 스며들도록 유도한다.



Ⅲ. 결론

이렇게 영화 <코코>와 <신과함께-죄와 벌>에서 묘사한 ‘물’과 ‘저승’의 이미지를 비교하고, <코코>에서 기존 인식과 다른 새로운 이미지를 제시했음을 알아냈다. 잔잔한 ‘물’을 이용해 이승과 저승을 같은 높이에 두고, ‘다리’를 놓음으로써 안정적인 이미지를 강화했다. 그리고 ‘기억’을 통해 두 세계의 연결을 긍정적으로 도모했다.

현대과학이 발전하면서, 우리는 죽음을 이겨내려고들 한다. 무병장수, 호의호식. 이를 위해 누구나 천금을 쥐기를 소망한다. 모순적이게도, 가진 재물이 많을수록 죽음은 더욱 공포스런 존재가 된다. 그것은 더 누리지 못한 여한, 혹은 돈을 버는 과정에서 생긴 잘못에 대한 죄책감에서 시작했을 것이다. 이런 욕심과 양심에서 탄생한 공간이 바로 ‘지옥’이다.

하지만 영화 <코코>는 죽음을 소재로 하면서도 ‘나쁜놈들이 가는 곳’ 같은 공간을 제시하지 않는다. 대신 ‘두 번째 죽음’을 제시하므로써, 제작자가 생각하는 중요한 가치를 주장한다. 가족(공동체). 더 길고 아름답고 가치있는 삶을 위해 서로 뭉쳐야 한다고 알려준다. 이제라도 추억을 만들긴 늦지 않았다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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