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즐거워
하늘은 높고 말은 살찌는 계절인 가을, 오늘도 아주 보통의 하루가 시작된다.
어머님, 소자 이만 취임에 들겠사옵니다.
편안한 밤 보내십시오.
오냐. 잘 자도록 하여라, 내일 아침에 보자꾸나.
가끔 이런 대화를 상상하곤 한다. 저녁 9시에 알아서 딱 잠들면 얼마나 좋을까?
오늘도 활기차게 놀다가 늦은 밤이 되어서야 나와 함께 잠이 든다. 그러다 보니, 아침에 깨워도 잘 못 일어난다. 힘겹게 일어나서 비몽사몽인 상태로 내뱉는 말들.
"엄마. 나 아픈 것 같아, 열나는 것 같아, 다리가 아파, 목이 아파, 학교 가기 힘들어, 콜록콜록." 한다.
일단 체온계로 열부터 잰 뒤, 열이 나지 않으면,
"오케이, 오케이, 괜찮아, 괜찮아, 잘 갔다 올 수 있어, 파이팅!"을 외치며 학교로 보낸다.
학교에 보내고 나서도 걱정되는 마음에 좌불안석이지만, 하교할 땐 치료되어 돌아온다. 학교가 명의일세.
집에 돌아온 아이들은 거실 테이블에 앉아 자기들끼리 종알종알 이야기하기 시작한다.
"학교 가기 힘들지, 누나. 공부하기도 어려워."
공부한 적도 없으면서. 나 좀 웃을게. 하하하.
그때, TV에서 후원 방송이 나온다. 아프리카에 사는 깡마른 여자아이들이 더위와 싸워가며 힘겹게 돌을 깨고, 그렇게 번 돈으로 하루에 한 끼를 먹으며 살아간다는 설명이 더해진다.
함께 TV를 보며 아이들에게 말한다.
"학교에 가기도 싫고 공부하기도 싫으면, TV에 나오는 아이들처럼 돈을 벌어보는 건 어때? 공사장 가서 벽돌 나르기. 공부도 안 하고 돈도 벌고 얼마나 좋아, 강추합니다."
신나서 얘기하다가 아이들을 보니, 도끼눈을 뜨고 쳐다본다.
"엄마! 그건 아동 학대지."
"우리의 노동력을 착취하려 들다니. 우린 아직 부모의 보호와 감독이 필요한 미성년자라고! 엄마 반성해."
오~역시 배운 아이들,
"그 말도 맞네! 아동혹사도 아동 학대에 들어가는 개념이지."
"좀 더 자세하게 아동혹사에 대해 말하자면, '자기의 보호 또는 감독을 받는 16세 미만의 자를 그 생명 또는 신체에 위험한 업무에 사용할 영업자 또는 종업자에게 인도한 자를 처벌'하는 것이야. 인도받은 자도 물론 처벌의 대상이고."
"엄마, 반성하라고. 안 물어봤고 안 궁금함이야."
"예~예~, 반성하겠습니다."
아쉽다. 아동혹사를 통해 공부 의욕을 고취시켜보려 했건만. 이번에도 실패다. 역시 인생은 계획대로 되는 게 아니구나. 그렇기에 인생은 즐거운 것이겠지.....
오늘도 나의 계획대로 안 되는 육아는 '아동혹사죄'와 함께 살~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