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아니야
창밖에는 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주말, 오늘도 아주 보통의 주말이 시작된다.
기상하자마자 오늘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 30분을 넣어 달라는 아이들. 시간을 넣어주긴 했지만, 이렇게 눈 뜨자마자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게 옳은가에 대해 깊은 상념에 빠지곤 한다.
등하교 때 긴급상황이 생기거나, 피치 못할 사정으로 어른이 집에 없는 경우를 대비하여, 부득불 휴대전화를 사주긴 했지만, 무분별하게 사용하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아서, 하루에 30분 만을 허용해 준다. 역시 나는 아이들을 사랑하는 엄마라는 생각에 뿌듯해하고 있는 동안, 30분이라는 찰나의 시간이 지나가 버렸다.
두 남매의 30분 이후 상황은 사뭇 다르다. 딸은 책도 읽고,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면서 혼자서도 시간 활용을 잘한다. 그러나 아들은 자연스럽게 TV로 향한다. 소파에 앉아 OTT(Over-the-top)를 보며 망부석이 된다. 아니, 내가 TV를 시청해도 된다고 말하지 않았는데, 황당하네. 두고 보며 참고 참다가 잔소리를 시작한다.
"지금 몇 시간 째야? 이제 TV 그만! 그렇게 오래 보면 성장기 어린이의 뇌 발달에 악영향을 미친대. 그만 꺼"
엄마의 잔소리가 TV를 끝 때까지 이어질 거라는 걸 아는 아들은 TV를 바로 껐지만, 혼자 할 수 있는 놀이를 찾지 못하고 '심심해 타령'을 시작한다.
"엄마 심심해! 나 할 게 없어!"
"누나 심심해! 나랑 놀아줘!"
"아빠 심심해! 나랑 싸우자!"라며 치근덕거린다.
더 이상 지켜볼 수만은 없는 상황이 돼서야 무거운 몸뚱이를 일으킨다.
"엄마랑 보드게임 할래? 하고 싶은 거 가져와."
아이가 좋아하는 보드게임을 가져오고 즐겁게 게임을 시작한다. 집중해서 게임을 하다 보면, 내가 이길 때가 있다. 즐겁자고 시작한 게임이 불편해지는 순간이 오면 불안해진다. 나는 정말 지고 싶은데, 난감하다.
아들은 연속해서 지면, "이거 사기 아니야?" 한다. 오잉? 이런 말은 어디서 배웠을까? 설마 나인가? 하하하.
그렇다면 법대 나온 엄마가 제대로 알려줘야지.
"아들, 사기는 내가 너를 기망하여 재물의 교부를 받거나 재산상의 이익을 취득해야 성립되는 거야. 그런데 난 기망 행위도, 재산상의 이득도 취한 게 없으니 사기가 아니지. Do you understand?"
스마트폰도 TV도 못 보게 하고, 보드게임도 지고, 알아듣지 못하는 말을 하며 홀로 뿌듯해하는 엄마를 어이없어하며 바라보다가 "엄마, 못생겼어, 흥."하고 누나에게 포르르 가버린다.
앗싸. 오늘도 내가 이겼다고 생각하는 철없는 엄마.
오늘도 나의 철없는 육아는 '사기죄'와 함께 살~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