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유이탈물 횡령

남의 물건은 건드리지 말자

by 함은정


날이 더워 시원한 아이스커피가 생각나는 오늘도 보통의 하루가 시작된다.



딸과 아들의 차이인지, 첫째와 둘째의 차이인지 모르겠지만, 딸은 언어구사력이 좋은 편이고, 아들은 셈이 빠른 편이다. 둘 다 나를 닮아 정리를 잘하는 편은 아니지만, 용돈을 받았을 때는 확연히 다름이 드러난다.



누나는 그냥 둔다. Wherever.
동생은 자신만의 공간에 둔다. Whenever.
누나는 돈을 잘 못 찾는다. 아이고야.
동생은 돈을 잘 꺼내지 않는다. 모르쇠야.



그러던 어느 날, 누나 방에서 민이가 돈을 주웠다며 크게 외치며 달려왔다. 누가 봐도 누나의 돈이거늘. 심지어 누나 방에서 찾은 거잖아. 피식. 누나의 찌푸린 미간을 통해 폭풍의 서막임을 직감한다.



"앗싸, 나 돈 주었다."

"야! 그거 내 돈이야."

"내가 주웠으니까 내 돈이지. 과자랑 아이스크림 사 먹어야지."

"엄마, 민이가 내 돈인데 가져갔어."

"아니야, 난 바닥에서 주웠어."

"내 거라고, 으앙!"

"내가 주웠으니까 내 거야!"



아이들의 말싸움은 끝날 기미가 없군. 사실 바닥에 떨어진 돈을 조용히 챙겼다면, 누나는 돈이 없어진 줄도 몰랐을 텐데, 이 순진무구한 아들을 어쩐단 말인가.



"얘들아. 그렇게 싸우다가 돈이 훼손되면 어쩌려고 그래?"


"어떻게 되는데?"


"돈이 훼손되어 면적이 줄어들게 되면 심한 경우 보상받을 수 있는 금액이 없을 수도 있어. 그렇게 싸우기만 해서는 둘 다 실익이 전혀 없을 거야."

"그리고 민아, 지금 너의 행동은 절도가 될 수 있어. 만약 네가 밖에서 돈을 주웠을 경우에는 점유 이탈물 횡령이 될 수도 있어. '형법 제260조 점유이탈물횡령에 따르면 유실물, 표류물 또는 타인의 점유를 이탈한 재물을 횡령한 자는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 원 이하의 벌금 또는 과료에 처한다.'라고 되어 있어. 자, 이제 그 돈은 누구에게 가야 할까?"

내가 한 말의 몇 퍼센트나 알아들었을까 싶지만, 누나에게 순순히 돌려준다. 오케이! 이제 거의 다 왔으니, 이 틈을 놓치면 안 되지. 마무리 멘트와 분위기 전환 들어간다.

"저스티스! 오늘도 정의가 승리했으니, 엄마랑 마트로 가자! 엄마가 아이스크림 쏜다! 우리 아들도 딸도 너무 멋지다."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아이들에게 몇 마디 덧붙인다.

"모든 일은 정리가 기본인 것 같아. 정리를 잘하면 오늘 같은 불상사도 예방할 수 있고, 쓸데없는 일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알겠어, 같이 정리하게 엄마가 도와줘."

오! 웬일이지? 역시 아이들에겐 먹을 걸 주면서 말해야 한다니까.

오늘도 나의 정의로운 육아는 '점유이탈물횡령'과 함께 살~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