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의 평온을 보장해 달라
눈이 내려 길도 마음도 꽁꽁 얼 것 같은 오늘도 보통의 하루가 시작된다.
누나 방에서 두 아이는 상황극 놀이를 하며, 깔깔거린다. 뭐가 그렇게 즐거울까 싶은데도 둘은 너무 재미있어한다. 그러다 뭐에 삐쳤는지 급 정색 모드에 들어간 둘은 연신 엄마를 부르며, 서로의 편을 들어달라고, 야단이다.
"엄마, 민이가 안 나가."
"엄마, 누나가 못 들어가게 해."
서로 방문을 사이에 두고 힘겨루기를 한다. 다칠까 봐 불안해진 나는 급히 중재에 들어간다.
"민아~이 방은 누나 방이잖아 , 누나가 거부하면 들어가지 않는 게 좋겠어."
"원아~동생이랑 같이 좀 놀아줘, 혼자 놀면 심심하잖아."
어떻게든 화해시켜 평온함을 얻고 싶은 나는 노력해 보지만, 결과는 실패다.
"싫어, 엄마는 누나 편만 들어주고."
"싫어, 엄마는 민이 편만 들어주고"
아이들 등쌀에 견디기 어렵구먼. 좀 더 강경하게 주거침입과 퇴거불응에 대해 말해주면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바람으로 말을 꺼내 본다.
"민아, 점유하는 방실에 침입하는 건 주거침입이야. 주거에는 사실상 지배, 관리하고 있는 일정한 구획도 포함되지. 그리고 침입이 성립되기 위해서는 거주자의 의사에 반하여 행위자가 주거에 들어가는 행위가 있어야 해. 장난감을 던지는 등의 행위가 아니라 신체가 들어가야 한다는 거 기억하렴. 그리고 적법하게 주거에 들어온 사람이 주거자의 퇴거 요구를 받고도 이에 응하지 않는 건 퇴거불응이야. 고로 누나의 퇴거 요구 의사에 반하여 정당한 사유 없이 부작위 하게 되면 퇴거불응에 해당한단다. 알겠어?"
나는 또 나만의 세계에 빠져 계속 이야기를 하다가, 대답이 없자 주위를 둘러봤다. 아이들은 어느새 방으로 들어가 다시 깔깔거리며 놀고 있다. 다시 서로 잘 노는 아이들을 보니 좋으면서도 허탈하다. 나 누구랑 얘기한 거니?
어느덧, 잠자리에 들 시간. 아이들이 내 방으로 모인다.
"엄마, 책 읽어줘."
"엄마, 빨리 와서 같이 자자."
사랑하는 너희들과 함께하는 이 시간이 너무 소중하고 감사해. 그런데, 잠은 꼭 엄마 방에서 같이 자야만 하는 거니? 내 사실상의 평온도 보장받고 싶다고!
오늘도 나의 허탈한 육아는 '주거침입, 퇴거불응죄'와 함께 살~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