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와의 전쟁
15년 전,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로 이사 오기 위해 나름의 고민과 인테리어 투자를 하고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생각했지만. 2년이 지나고 나서부터 "하자와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어찌어찌하여 15년을 버티면서 집에 온갖 정나미가 떨어졌다.
친인척에게 맡기지 말 것
시작은 선의였다. 친척이니 눈탱이 치지 않을 것이고 친척이 우리 때문에 돈도 벌 수 있으니 이 또한 좋지 아니한가.
천만의 말씀이다. 믿음보다 중요한 건 감독과 관리다. 남이 아닌 친척이니 싫은 말 할 수 없고 하자가 생겨도 클레임을 걸 수 없다. 차라리 제 돈 주고 돈 쓴 만큼 완성도를 기대하는 것이 현명하다.
세상에 싸고 좋은 것은 없다.
바닥재 선택은 유지보수를 우선 고려할 것
온돌마루는 촉감이 좋고 자연스러움이 꽤 만족도가 높은 바닥재였다.
하지만 내구성과 습기가 취약했다. 우리가 외출한 사이 강아지가 소변을 보면 그 자리는 결국 썩어 들어갔다. 강아지 물그릇을 거실에 두면 그 아래는 그대로 습기를 머금고 변색되었다.
보기 좋고 슬릭감이 좋은 바닥재라 해도 유지보수 리스크를 진지하게 고민해서 선택해야 한다.
보이지 않는 부분에 디테일이 있다
인테리어 시공은 절반 이상이 목공이다. 목수님들은 그야말로 마술사 같다.
금세 벽을 만들고 장을 짜고 선반을 만들어 낸다.
그런데 대부분의 현장 목수는 인테리어 업체에 소속되어 있지 않고 단기 고용된 파트타이머다.
목수가 하루를 어떻게 일하던 일당은 변함이 없다.
누군가 감독하고 디테일을 지적하지 않으면 목수의 작업은 그저 믿음에 의존하는 수밖에 없다.
겉을 보면 다 번드르르하다. 그런데 보이지 않는 뒤편을 보면 작업한 목수의 성실성이 나타난다. 속칭 '기래빠시'로 대충 서있을 정도의 지지목만 대고 작업을 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에어컨 배관 시공도 그러하다. 천정이나 벽을 통해 시공하는 배관도 눈에 보이지 않는 부분이라 그 안에 어떤 쓰레기가 있는지 알 수 없다.
배관이 'ㄹ' 자로 꺾이고 꼬이면 거기에 물이 차고 부하가 걸려 결국 결로, 누수, 곰팡이가 발생한다. 천정을 열어보면 정말 가관이 아니다.
피던 담배꽁초를 버리고 사용한 목장갑을 버려둔 채 천정을 닫아 버리는 경우는 허다하다.
가족의 라이프 스타일과 성장을 예상해야 한다
우리 가족은 나, 아내, 아들, 강아지 두 마리가 살고 있다. 아이는 비 온 뒤 죽순처럼 커버렸고 강아지들은 내키는 대로 싸고 긁고 다녔다.
화보 같았던 우리 집은 몇 년이 되지 않아 그저 그런 중구난방의 가정집이 되어 버렸다.
나의 키는 184cm, 아들은 186cm가 넘는다. 그런데 싱크대와 세면대는 너무나 낮아 세수를 하거나 설거지를 할 때 허리가 아파 미칠 지경이다.
거실은 심플하게 수납공간은 여유 있게
집에서 가장 오래 머무는 공간은 당연히 거실과 침실이다. 의식이 깨어 있는 동안은 대부분 거실에서 생활하니 거실에 집중해야 한다.
거실이 편하고 멋있으려면 군더더기가 없어야 한다.
작년 크리스마스에 꺼내 놓은 미니트리, 향초, 게임 콘솔, 청소기, 어울리지 않는 협탁. 이런 것들이 거실을 어지럽히게 된다.
거실의 기본 기능에 필요한 것을 빼고는 모두 보이지 않는 곳으로 수납해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미니멀리즘'을 원하지만 팔이 뻗을 수 있는 거리에 물건을 가져다 놓는다. 리모컨, 충전기, 머그잔, 핸디 청소기 등...
식사는 식탁에서 하고 요가 매트와 퍼팅 매트는 사용하지 않을 때는 접어 둬라.
소파는 앉는 곳이지 눕는 곳이 아니다. 눕고 싶으면 차라리 침대로 가라.
몸이 귀찮아지는 만큼 건강과 거실 쾌적도는 높아진다.
소모품의 교환과 지속성을 고려해라
할로겐램프는 말할 것도 없고 LED 램프도 영구적이지 않다. 정확히 말하자면 LED 램프 '안정기'의 수명이 길지 않은 것이다.(길어야 2년 정도) 안정기의 교체 용이성이 확보될 수 있도록 배치되어야 한다.
벽에 못을 박거나, 천정 조명의 위치를 바꾸고 나면 천정에 구멍이 남는다. 도배지로 메꾸려 해도 맞는 도배지를 찾을 수 없다. 샤워기나 수전도 오래되면 막히고 물이 샌다.
소모성 자재와 부품은 스페어 파트 확보와 교체가 수월해야 한다.
Dead Space와 불용품을 줄여라
냉정히 돌이켜 보자 집의 'Dead space'가 어딘지. 사용 빈도가 적은 곳이 Dead space다.
우리 집의 경우 안방 화장실, 발코니 창고가 바로 Dead space이다. 1년 이상 사용하지 않는 불용품을 적재시키는 곳. 필요할 것 같았지만 막상 쓸 일이 없어 수납 용도로 변해버린 곳.
1년에 오븐을 몇 번이나 쓰는가? 대부분의 가정이 오븐을 프라이팬 수납장으로 사용하고 있을 것이다.
빨래 건조대로 사용하는 러닝 머신, 설거지가 귀찮아 구입 후 한번 사용하고 처박아 둔 착즙기.
사용빈도가 떨어지는 물건과 공간은 과감히 삭제하거나 '당근마켓'에 내놓는 것이 좋다.
TV는 거실의 주인이 아니다
대부분의 가정이 거실 한쪽 벽을 대형 벽걸이 TV 배치에 할애한다. 거실 벽 30% 공간을 시커멓고 네모난 흉물이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TV로 인해 수반되는 주변기기인 셋톱박스, 무선공유기, 전원 콘센트, 어지러운 배선... 시선이 가장 오래 머무는 곳은 TV와 주변기기로 항상 어지럽혀 있다.
TV가 거실의 오브제가 될 수 있도록 제품 선택과 배치에 공을 들여라.
안목은 부자처럼 씀씀이는 거지처럼
평소엔 배송비가 아까워 10원이라도 가격이 저렴한 곳을 찾아 미친 듯 인터넷 서핑을 하는 사람이면서 부동산 계약이나 인테리어 공사를 할 때는 몇만 원 단위는 그냥 무시하는 패기를 보인다.
사안에 따라 비용의 단위 가치를 달리할 이유가 없다.
꼼꼼히 자재 원가를 따지고 공임의 구조를 파악해서 한 푼이라도 효율적으로 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