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여름의 여행

by 공원

의도했던건 아니지만 여행은 늘 겨울에 갔었다. 그 외의 계절에 간 여행은 손에 꼽는다. 전체의 20프로 정도 될까. 사실 지금 쓰려는 봄과 여름에 간 여행이 여행을 갔던 당시에는 큰 감흥이 없었던 여행이었다. 최근 재미있게 보고 있는 유튜브 영상을 보다보니 그 계절에 간 여행 속 기억이 단편적으로 떠올랐다. 봄과 여름에 간 여행은 전에 만난 친구와 갔던 여행이다. 당시엔 크게 기억에 남을 여행은 아니었다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니 미화가 되나보다. 걔를 보고싶어하고 미워하고 했던 시간을 지나서 이제는 정리할 마지막 단계에 온것 같다.


여름 여행이 먼저였다. 남자친구와 처음 제대로 떠나보는 여행이라 들떴었지만 여행 스타일이 묘하게 안맞았고 내가 원하는 대로 일정이 굴러가지 않아 짜증이 올라왔다. 힘들게 시장을 돌아다니며 먹을 거리를 샀는데 숙소로 가는 버스는 도통 오지 않았다. 알고 보니 축제 때문에 도로가 아예 통제되어 택시도 안오는 날이었던거다. 겨우겨우 주민분께 안내를 받아 버스를 타고 환승을 위해 정류장에서 내렸을때 경포 해변이었나 너무 예쁜 바다가 보여서 시장에서 본 먹거리는 모르겠다 하고 바다를 본건 좋은 기억이었다. 숙소에서 와인잔에 소주를 마시다 숙소의 옥상으로 가서 불꽃놀이를 한참 보고 직접 가서 해보자면서, 취한 채로 우당탕탕 바다로 달려나가 불꽃놀이를 한 것도 좋은 기억이었다. 조금은 더운 길을 걸어다니다 계획해둔 디저트 가게가 만석이라 나와선 아무렇게나 들어가 먹은 소프트 아이스크림도 맛있었다. 들고 다니다 흘러내려서 손이 끈적해졌어도 좋았다.


봄 여행은 해외여행이었는데 이것도 서로 만나는 사람과는 처음 가보는 해외 여행이었다. 20대가 되고 해본 제대로 된 첫 연애라 둘다 처음 경험해보는 것이 많았다. 이 여행에선 짜증을 참 많이 냈다. 크게 문제가 있던 것도 아니었는데 권태를 느꼈었나 싶다. 남자친구와 처음 비행기를 타보고 풍경이 낯선 도시를 걸어다닌 기억이 지금 와서 보면 소중했던 기억이었다. 말도 안통하는 곳에 가서 외워둔 몇 문장으로 돌려막으며 주문하고

초밥을 먹으러 가다 카레 냄새가 좋다며 지나쳐온 카레 집을 들어가고 열심히 알아보고 고생해서 간 초밥집의 맛이 별로라며 인상을 쓰다 남은 편의점 간식을 다 먹자며 숙소에서 주는 무료 생맥주를 들이붓고. 근처 소도시들을 돌아다니다 여기는 다시 오자고 아쉬워했던 기억도.


누군가를 미워하는 것으로 기억을 닫는게 쉽지않다. 어렵다 이런걸 떠나서 그게 안되는 사람인것도 같다.

다시 돌아가고 싶다 그런 것 보다는 이런 예쁜 기억이 있었지, 하고 그 안에 걔를 담아두고 닫고 싶다.

나중에 봐도 그래 이런 좋은 기억이 있었어 할 수 있는.

작가의 이전글마음을 제자리에 두는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