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때 두시간에 가까운 대화를 나누는 동안 걔는 계속 울었다. 몇년간 내가 본 걔의 눈물이라곤 가끔 영화보다 너무 슬픈 장면이 나오면 우는거였다. 생각해보면 걔와 본 영화는 무수히 많았는데 유독 헤어질 즈음에야 걔가 울었었던걸 보면 걔도 모르게 이별을 직감하고 있던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아무튼 그런 애가 내내 마르지 않는 샘 처럼 우니 난 나름대로 울음을 그친답시고 옆에서 계속 걔를 웃게하려 노력했다. 그렇게 했던 말 중 하나가 헤어지고 나에게 돌아왔다. 난 오랜 기간 만나고 헤어져 본 경험이 처음이 아니었다. 물론 그간의 연애 중에 얘를 가장 좋아하기는 했다. 헤어지던 날 난 덤덤했고 이별은 원래 슬픈 것이니 기존에 내가 갖고 있던 이별 극복 이론을 적용하면 이또한 잘 지나갈거라고 확신했다. 별건 없지만 헤어지고 2주, 한달에서 한달 반이 유독 고비라는 것, 그것만 넘기면 살만해진다는 것이었는데 그걸 오지랖 넓게 걔에게도 알려주며 잘 견뎌보랬다.
헤어지고도 몇차례 연락을 했고 둘 사이엔 겹지인도 있어서 걔의 소식을 간간히 들었다. 사실 걔 소식이라면 시작전부터 대기하다 한시도 놓치지 않고 보는 티비 드라마 처럼 들었다. 내가 건넨 이별 이론은 웃기게도 나에겐 의미가 없었다. 걘 내가 건넨 말 때문인지, 원래의 성격 탓인지는 몰라도 내내 잘 지나보내려는 듯 보였다. 그에 비해 나는 2주차가 되니 죽을 것 같이 아프던 게 좀 나아졌는데 한달을 채우러 가려는 지금 다시 아프기 시작했다. 헤어지던 날 말한 이 이론은 사실 걔만이 아닌 나에게도 건넨 말이었는데, 난 이런 이별이 처음도 아닌데 잘 넘길거라고 오만을 떨어설까 가장 힘들었다. 독감 처럼 힘들고 나니 나아졌는데 다시 그 기운이 돌고 있다.
걔에 대한 기억은 나쁘게 가져가려고 했다. 너무 미화할 사람도 아니고 계속 좋게 생각하다간 영영 걔를 못 잊을것 같았으니. 현실적으로 걔를 미워하고자 했다. 성공했다고 생각했는데, 걔를 완전히 미워하고 다시 만나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이번엔 헤어지던 날 걔의 마지막 얼굴이 생각나서 아프다. 이건 아무에게도 말하지 않은 기억이다. 굳이 가장 아픈 기억을 꺼내지 않아도 울게 되니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았다. 집이 가까웠던 터라 집에 데려다달라고 수없이 말했었는데 사귀는 동안 나나 걔를 많이 데려다주고 걔가 데려다준건 몇번 생각나지도 않는다. 헤어지던 날은 데려다줬는데 평소였으면 그 시간엔 절대 안잡힐 택시가 비가 오는 날인데도 바로 잡혔다. 집 앞에서 타임어택으로 마지막 인사를 했다. 한번이라도 안을걸 했는데 그럼 영영 못 헤어질것 같았을까. 걔는 내 등을 토닥이고 머리를 만져주며 가장 좋아했다고 했다. 두시간 가까이를 울어 부은건지 불은건지 모를 얼굴과 눈으로.
내 글을 읽는 사람들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를테니 이렇게 계속 쓴다. 걔가 한 행동에 비해 너무 좋은 마지막을 준게 아닌가 싶지만. 헤어지고도 한동안은 그에게서 내 의미를 찾아버릇하는 나에겐 좋은 마지막이었다. 내 인생에서 가장 좋아한 사람이라니. 그것보다 내가 듣고 싶고 기억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 어쩌면 좋게 기억하는 편이 그를 잊는 데에 나에게 필요한 방법이란 생각도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