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 호텔 좋아하는 사람 아녔어?"
여름 한철 휴가 이벤트로 끝날 줄 알았던 캠핑이 가을로 이어졌다. 한 달에 한 번이었던 캠핑이 격주로 좁혀졌다. 사실 마음 같아서는 매주 나가고 싶어 안달이 나던 터였다. 아이들을 데리고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나가는 상황이 자주 벌어지자 남편의 태클이 들어왔다.
어떤 이들은 아내와 아이들까지 없는 주말이 온다면 ‘자유다~ 만세!!’라 할 거라고들 한다. 하지만 이 남자는 그런 스타일이 아니다. 아이가 태어나서부터 육아를 함께 해냈고 지금도 집안일을 나보다 더 많이 담당한다. 아이들이 젖먹이 시절, 밤에 아기가 배고파 칭얼거리면 곯아떨어져 있는 나보다 먼저 듣고 벌떡 일어나 젖병에 분유를 타서 먹이곤 기저귀까지 갈아 채운뒤 잠을 청했다. 감기에 걸린 아기가 열이 떨어지지 않자 욕조에 미온수를 받아서 아기를 안고 함께 물에 들어가 앉아 밤새 체온을 낮추던 그런 남자다.
그러한 남편이 캠핑을 함께 못하겠다고 할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기에 나는 쿨하게 노선을 정한 것이었다. 나 혼자라도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자.
그런데 남편의 태클을 받고 나니 이 노선을 결정하기 전에 대화가 빠져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중요한 얘기였다. 나는 왜 이토록 캠핑에 빠져드는 걸까. 남자들이 이고 지고 나르는 그 많은 짐을 내손으로 나르면서. 주중에는 일하느라 그토록 바쁘고 고단하면서. 빠듯한 살림에도 불구하고 캠핑장비에 돈을 지불하면서. 그리고 주말에 남편을 혼자 두면서.
이 모든 질문에 답을 해야 했다. 스스로와 남편에게 설득력 있는.
나에게 있어 휴식이란 몸의 영역보다는 마음과 정신의 영역이 더 크다. 방송작가라는 일의 특성상 주말에 집에 있어도 일이 따라올 때가 많다. 매일 라디오 프로그램을 하다 보니 매일 프로그램에 들어갈 구성 아이템을 찾아야 하고 출연자를 섭외해야 하고 써야 하는 원고들이 있다. 아침상을 물리고 돌아서면 금세 점심상 준비를 해야 하는 주부들처럼, 데일리 라디오 작가란 끝나지 않는 삼시 세끼를 차리는 심정이다. 주말에 집에 있으면 어느샌가 인터넷을 뒤지며 아이템을 찾고 있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그러니 쉬어도 쉬는 것 같지가 않을 때가 많다.
하지만 캠핑을 떠나면 마음과 생각이 오롯이 그 현장에 머문다. 텐트를 쳐야 하고 식사도 준비해야 하고, 아이들과 공놀이도 해야 한다.
캠핑장에 아는 캠우라도 있으면 장비에 대한 이야기며 사소한 농담을 주고받으면서 평소보다 많이 웃는다. 하늘과 나무와 풀들을 바라보게 된다. 장작을 올려 불을 피운다. 모닥불이란 게 장작에 토치를 갖다 대기만 한다고 불이 붙지는 않는다. 장작 사이에 공기가 잘 통하도록 세우고 토치로 끈기 있게 장작 한토막을 공략해야 비로소 불길이 안정적으로 솟는다. 그러한 일련의 과정 하나하나에 몰두하다 보면 한 주간 일터에서 있었던 갈등과 압박과 생활의 무게가 까마득해진다. 그런 때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 중얼거린다.
‘아, 좋다’ 이제야 제대로 숨을 쉬는 것 같다.
“캠핑을 가면 숨이 쉬어져서. 내가 좀 살아있는 것 같아져서. 이제야 그런 취미를 만났어. 몸이 힘든 건 사실이야. 텐트 안에서 애들이 이불을 걷어차고 자니까 수시로 덮어주느라 잠을 제대로 못 자는 것도 사실이야. 당신이 없으니 한밤중에는 괜히 무서울 때도 있지. 하지만 그 모든 것에도 불구하고 거기서 느끼는 해방감이 더 크니까 자꾸 가고 싶어 져요. 캠핑을.”
이것이 내 대답이었다.
“캠핑을 가야 살 거 같다는데 무슨 얘기가 더 필요하겠습니까. 당신이 알아서 잘하리라 믿을 테니, 앞으로는 나 신경 쓰지 말고 즐겁게 다니십쇼.”
그날의 담판은 이렇게 캠핑에 진심인 아내의 승리로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