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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림이스트 포로리 Mar 18. 2024

제가 매트라도 사드려요?

나는 층간소음 가해자입니다.

"똑, 똑, 똑"


집안 대청소를 위해 아이를 시댁에 맡기고 나는 열심히 집청소를 하고 있었다.

보통 한낮에는 우리집에 찾아올 손님이 없었다.


"누구세요?"


"관리실입니다."


의아한 마음에 현관문을 열었더니 관리실에서 찾아왔다.

층간소음문제로 오셨다는 것이다.


"아래층에서 너무 시끄럽다고 민원이 들어와서요."


의아한 표정으로 머슥하게 관리실소장님이 말씀하셨다.

민원이 들어와 어쩔 수 없이 오셨다는 것이었다. 


조곤조곤하게 나도 우리의 사정을 말씀드렸다.


"보시다시피 저도 아이키우는 입장이라 층간소음 조심해야 할것 알고 있어요."


아무것도 없이 억울하다는게 아니었다. 거실에는 키즈카페용 대형 바닥매트를 깔아두었고, 층간소음에 좋다는 뭄뭄실내화도 아이들에게 신겼다. 어른들도 실내화를 신고 생활을 한다. 거실에서는 가급적 책을 읽게하고 장난감은 베란다로 몰아두었다. 베란다바닥에도 층간소음매트를 깔아두었다. 그 흔한 쇼파도 트램폴린도, 롤링카도 우리집에는 없다. 쇼파에서 뛰어내릴까봐 트램폴린에서 뛰어내릴까봐 집에 두지 않았다. 침대에서도 뛰어내릴까봐 두툼한 매트만 깔고 잠을 청한다. 롤링카가 조용해도 아래층에 울릴수도 있다길래 사지 않았다.


관리소장님은 주욱 집을 둘러보시고는 


"민원이 들어오면 방문하는게 원칙이라서요."


"그럼요, 고생이 많으세요."


그렇게 인사를 하고는 돌아가셨다.


관리사무실에 직접 말하라고 하니 

바로 다음날 관리실에 말했나보다.


행동력 참 좋은 사람들일세.


조곤하게 관리실하고 대화를 하면 될 듯싶어 한편으로 마음이 놓였다.


그런데

다음날, 아랫층은 또 올라와 문을 두들기기 시작했나.

이제는 나의 인내심이 바닥이 드러나고 있었다.


"아니, 제가 야근을해서 낮에 집에서 잠을 자야하는데 너무 시끄러워서 밖에 차에서 자요. 그런데 도저히 추워서 이제는 차에서 잘수가 없어요."


뭔 개똥같은 소리인가!


"그러면 저는 밤 10시에 청소해야 한다는 말씀이세요? 이렇게 자꾸 올라오지 마시고 관리사무실에 이야기하세요. 그쪽만 시끄러운게 아니라 저도 시끄러운데 참고 살아요. 여기는 아파트잖아요. 아시다시피 오래된 아파트요. 낮에 피아노소리 뛰는소리 저도 들려요. 그럼에도 참고 사는거라고요. 딱 우리집이 아니라 옆집이 아랫집소음에 전달될수 있는게 우리 아파트에요. 딱 우리집이라고 하는거 아니지 않나요?"


너무 화가 올라와 와다다 쏟아내니 아저씨는 당황하더니 알겠다고 하고는 내려갔다.


그리고 한시간이 지나고서는 또 아랫집이 올라왔다.


"저, 제가 매트를 사드릴까요? 너무 시끄러워서요. 이 집 매트가 너무 얇아보이는데 말이죠."


이제는 정말 인내심이 가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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