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데 없는 걱정에서 즉시 벗어나라

by 노을 강변에서

‘기우(杞憂)’는 쓸데없는 걱정을 의미하는 말로 중국 기(杞)나라의 어떤 사람이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질까 걱정을 하다가 급기야는 식음을 전폐하고 드러누웠다는 고사에서 유래한다.


우리 속담에도 ‘걱정도 팔자’라는 말이 있는데, 국어사전에서는 ‘아니하여도 될 걱정을 하는 것을 농조로 이르는 말’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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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외에도 걱정하라는 말보다 걱정하지 말라는 옛말이나 경구들이 많은 것은 걱정의 역기능이 순기능보다 많아서일 것이다.


2020년 미국 「퓨리서치 센터」에서 우리나라를 포함한 주요 14개국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유독 우리나라 사람들이 지나칠 정도로 걱정을 많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 경제 상황을 두고 우리나라 사람의 83%가 걱정을 하는 것으로 나타나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이러한 수치는 미국(55%)이나 독일(45%)은 물론 조사 대상 14개국의 중간값인 58%보다 월등히 높은 것이며, 2018년 조사에서의 74%보다도 높은 것이어서 시간이 갈수록 걱정하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언론들이 좋은 소식보다 나쁜 소식을 전하는 데 열심인 까닭도 있겠지만, 세계 경제를 홀로 걱정한다고 나아질 것도 아닌데, 괜한 불안감에 사로잡혀 살아가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은 것이다.


캐나다의 심리학자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어니 젤린스키는 자신의 저서 『느리게 사는 즐거움』에서 우리가 하는 걱정의 4%만 우리가 대처할 수 있는 진짜 사건이며, 걱정의 40%는 절대 현실에서 일어나지 않을 사건, 30%는 이미 일어난 사건, 22%는 사소한 고민, 4%는 자신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사건이라고 했다.


결국, 사람들은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을 걱정하며 속을 끓이고 마음을 졸이며 살아가는 것이다.


쓸데없는 걱정은 생각을 갉아먹고, 삶을 오염시키므로 하루빨리 걱정을 뇌리에서 제거할 방법을 찾아내야 한다.


일본 작가 사이토 다카시는 자신의 저서 『메모의 재발견』에서 걱정 해소방안으로 불안이나 걱정을 마음에 담아두지 말고 메모를 하라고 권한다.


불안이나 걱정은 막연할수록 점점 더 불어나는 특성이 있으므로 불안의 정체를 외부로 끌어냄으로써 막연함을 없애면 걱정 해소에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하버드 의대 임상심리학과 로널드 시걸 교수는 걱정을 없애는 방법으로 나쁜 생각에 ‘나쁜 생각’이라는 딱지를 붙여 조롱하라고 한다.


나쁜 생각의 반복은 평정심을 앗아가고 좋지 않은 감정만을 부추길 뿐이니, 걱정에 가치를 부여하지 말고 무시하라는 의미이다.


‘프레이밍 효과(framing effect)’라는 말이 있다.


질문이나 문제 제시 방법에 따라 사람들의 선택이나 판단이 달라지는 현상으로 특정 사안을 어떤 시각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다는 이론이다.


예를 들어 병원에서 환자의 수술 생존율이 80%인 경우 의사가 환자에게 어떻게 말하느냐에 따라 수술에 대한 생각이 전혀 달라지는데, 사망률이 20%라고 말하는 것과 성공률이 80%라고 말할 때 결과는 같지만, 어느 쪽에 주안점을 두어 말하느냐에 따라 환자의 생각이 정반대로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막연한 낙관’은 다가올 위기를 소홀히 여기는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막연한 비관’은 자신감을 꺾고 삶의 의욕을 해친다는 점에서 두 가지 중 하나만을 선택해야 한다면 차라리 ‘막연한 낙관’을 선택함이 옳다.


성격이 낙천적일수록 장수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특히 85세까지 장수할 가능성은 가장 낙천적인 사람이 가장 덜 낙천적인 사람보다 최대 70% 높다고 한다.


2019년 8월 「사이언스 데일리」 등에 따르면 미국 보스턴대 의대와 하버드대 공중보건대학원 등 공동연구팀이 최장 30년 동안 여성 69,744명과 남성 1,429명을 대상으로 건강상태, 건강에 영향을 주는 습관(다이어트・음주・흡연 등)과 함께 어느 정도 낙천적인가를 조사했는데, 가장 낙천적인 그룹은 가장 덜 낙천적인 그룹보다 평균 11~15% 오래 산 것으로 나타났고, 가장 낙천적인 그룹이 85세까지 생존할 가능성은 가장 덜 낙천적인 그룹보다 50~70% 높았다고 한다.


미국의 정신과 의사 엘리사베스 퀴블러 로스는 많은 말기암 환자를 만나게 되면서 그들의 심리적 상태를 연구했는데 죽어가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공통적인 점을 지닌다고 분석했다.


제1단계는 ‘부인’으로, 자신의 생명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에 충격을 받고 그런 사실을 부인한다고 한다.


제2단계는 ‘분노’로, 자신이 죽는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왜 하필 내가 이런 일을 당해야 하는가”라며 건강한 사람에 대해 질투와 분노를 동시에 느낀다고 한다.


제3단계는 ‘타협’으로, 죽음을 좀 더 늦추거나 행여 기적이 일어나 죽음을 피할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면서 종교에 매달리거나 선행을 베푼다고 한다.


제4단계는 ‘우울’로, 결국 죽음을 피할 수 없다고 보고 단념과 비관, 허탈, 절망과 같은 감정에 사로잡혀 우울한 상태에 빠진다고 한다.


제5단계는 ‘수용’으로, 죽음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자연스러운 것으로 인정하고 자신의 죽음을 받아들인다고 한다.

모든 생명은 예외 없이 죽음을 맞게 되고 죽음을 벗어날 수 없지만, 사람들은 영원한 생명을 누릴 것처럼 하루를 살고, 그런 이유로 온갖 걱정과 갈등을 달고 산다.


일본 정신의학자 와다 헤데키는 죽음을 생각하지 않는 삶은 걱정을 달고 살지만, 죽음을 당연히 여기는 삶은 오히려 걱정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한다


티벳 속담에 “걱정한다고 걱정이 없어지면 걱정이 없겠네”라는 말이 있다.


걱정해야 할 것과 걱정하지 말아야 할 것을 잘 구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걱정하지 말아야 할 것을 걱정하는 것만은 하지 말아야 한다.


걱정과 행복은 반비례의 관계에 있다.


불필요한 걱정을 줄일수록 몸은 그만큼 건강해지고, 마음은 그만큼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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