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생산직으로 근무하는 이유

by 오토홀딩

좁디좁은 취업문, 그로 인한 청년의 상실감은 최근의 이야기가 아니다. 내가 중학교를 다니던 시절에도 뉴스에 단골로 등장하는 주제였다. 그 시절의 나는 긍정적인 미래를 상상하며 기대감과 환희에 차기보다는, 생계라는 현실적인 문제를 자주 생각하며 종종 비관에 빠지곤 했다. 부정적인 신호를 더 예민하게 받아들이는 학생이었고, 빠듯한 생활의 어려움을 일찍부터 경험한 학생이었다. 세상에는 돈을 버는 무수히 많은 방법들이 있지만 식견이 좁았던 나는 실업계를 졸업하고 취업해서 돈을 버는 것이 가장 쉽고 빠른 길이라고 생각했다. 실업계를 졸업해도 '취업', 대학교를 졸업해도 결국 '취업'을 해서 살아가게 될 텐데 금쪽같은 시간과 돈을 들여 대학교에 갈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결국 나는 포항 소재의 공업 고등학교에 진학했고 졸업 후 군복무를 마치고 곧바로 산업 현장에서 일을 시작했다.


모든 일이 그렇듯 생산직 또한 장점과 단점이 있는 것 같다. 내가 다니는 회사를 기준하여 각각의 일장일단을 몇 가지 적어보도록 하겠다. 첫 번째 장점은 생각보다 넉넉한 급여이다. 독신으로 여유롭게 살기에 충분하고, 예적금, 투자를 하며 부모님께 매달 용돈을 드려도 무리가 없는 수준이다. 두 번째 장점은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가 상대적으로 덜하다. 우리 회사는 장치 산업을 하는 회사라 근로자가 바쁘게 움직이며 제품을 직접 생산하지 않는다. 생산은 대형 설비가 하고 근로자는 보조적인 작업, 유지 보수하는 업무를 한다. 정기적인 수리, 돌발적인 사고 발생 이외에는 할당된 업무만 하고 칼퇴근하면 된다. 시한에 쫓기는 촉박한 업무가 없는 것도 장점이다.


반면 단점으로는 매 순간 안전사고의 위험이 상존한다. 사고의 강도는 경상에서 사망사고까지 다양하다. 폭발, 협착, 화상, 추락 등 언제 어디서든 중대재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내가 아무리 조심하고 안전 보호구를 잘 착용해도 다른 작업자가 실수하면 크게 다칠 수도 있다는 압박감이 상당하다.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두 번째 단점은 정신적, 신체적 건강이 악화된다. 귀가 아플 정도의 소음과 분진, 뜨거운 열기에 노출되면 사람이 예민해지고, 신경질적으로 변하는 경향이 있다. 동료들에게 내색하지 않으려고 노력하지만 종종 어려울 때가 있다. 또한, 주야간으로 교대근무를 하면 불규칙한 수면패턴, 식습관으로 인해 면역력이 약해지고 낮인데도 머리가 멍할 때가 많다.


장점과 단점의 개수를 동일하게 기술하였지만 내 경험으로는 단점의 강도가 훨씬 강한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계속 근무할 수밖에 이유가 있다. 이는 아직까지 찾지 못한 인생의 방향과 비전과도 연관이 있다. 빨리 돈을 버는 것, 취업을 하는 것을 인생의 최우선 목표로 삼고 달려왔고 이를 성취했다. 그러나 노동을 해서 돈을 벌어보니 단순하게 돈을 버는 것이 앞으로의 삶을 견인할 동력이 될 순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일을 해도 성취감을 얻기 힘들 때가 많고 남 좋은 일에 건강과 시간을 갈아 넣는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러나 당장 다음 달의 급여가 없으면 삶이 팍팍해지니 쉽게 그만둘 수도 없다. 마치 마약 같다. 기다리기만 하면 좋은 날이 저절로 올까? 날이 좀 풀리면 자전거를 타고 제주도에 다녀와야겠다.


내가 만나본 수많은 직영, 1-2차 협력, 하도급 업체의 근로자들은 숫자만큼이나 각양각색이다. 성격이 괴팍한 사람, 아버지 같이 자상한 사람, 깐깐한 사람, 주식 좋아하는 사람, 술 좋아하는 사람, 캠핑 좋아하는 사람..

저마다의 개성을 뽐내지만 맡은 일은 누구보다 열심히, 책임감 있게 하는 사람들이었다. 힘든 일도 마다하지 않고 해내는 모습을 보고 일과 삶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관한 교훈을 얻기도 했다. 세간에는 아직까지 생산직 하면 교양 없고, 공부와는 거리가 멀다는 이미지가 남아있다. 제조업 강국을 이끄는 근로자들의 땀방울이 편향된 이미지에 희석되는 것이 조금은 아쉽다. 그들이 적절한 비전을 갖고 다른 환경에서, 다른 자극에 노출되었다면 소망했던 일들을 너끈히 해낼 수 있었으리라 확신한다. 다만 그것을 아직까지 찾지 못했고 미래의 비전보다는 당장의 삶이 중요한 사람들만이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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