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인하지 않으면 불안해지는 병

집착으로 회복을 늦췄던 나의 이야기

by 온새미로

나는 집착이 나쁜 성격이라고만 생각했다.

성격이 예민해서,

마음이 약해서,

그래서 유독 더 집요한 줄 알았다.


근데 어느 날 알게 됐다.

집착은 성격이 아니라 불안이라는 걸.


몸이 아프고 나서부터였다.

어지럼이 사라졌는지,

오늘은 괜찮은지,

지금 이 느낌은 정상인지 비정상인지.


하루에도 수십 번씩

내 몸을 확인했다.

고개를 숙일 때,

돌릴 때,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


괜찮으면 괜찮은 대로

“또 오면 어떡하지”가 따라왔고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역시 아직 끝난 게 아니야”로 이어졌다.


그렇게 나는

회복보다

확인을 하고 있었다.


확인하면 안심이 될 줄 알았다.

확인하면 통제할 수 있을 줄 알았다.

근데 집착은

확인할수록 더 커졌다.


몸이 아니라

생각이 먼저 망가졌다.


웃긴 건

몸은 점점 나아지고 있었는데

마음은 계속 더 불안해졌다는 거다.


그때 처음 느꼈다.

아, 이건 병이 문제가 아닌

믿음의 문제구나.


나는 늘 뭔가를 끝까지 붙잡아야 안심하는 사람이었다.

관계도, 일도, 생각도.

놓는 법을 몰랐다.

놓으면 망할 것 같았고


포기하면 패배한 것 같았고

확인하지 않으면

무책임해지는 것 같았다.


근데 몸이 가르쳐줬다.

계속 붙잡고 있는 게

회복을 방해한다는 걸.


집착은 나를 지켜주는 척하지만

실제로는

나를 가장 늦게 회복시키는 놈이었다.


요즘은

완전히 괜찮은 날보다

“괜찮은 것 같네” 하고

그냥 넘기는 날을 연습한다.


확인 안 하고

설명 안 붙이고


의미 부여 안 하고.

여전히 불안은 남아 있다.

사라지진 않는다.


근데 이제는

불안이 와도

거기에 매달리지는 않는다.


집착은 병이다.

그리고 이 병은

억지로 고치려 하면 더 심해진다.


나는 이제

조금 불안한 채로 사는 연습을 한다.

그게 내가 배운

회복의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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