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빵거리는 소음 대신 고요한 응원이 가득했던 시간
금요일 오후 2시. 마트 안은 활기가 넘쳤고, 장보기를 마친 우리 부부의 장바구니도 제법 묵직했다.
차 뒷좌석에 짐을 싣고 이제 막 주차장을 빠져나가려던 참이었다. 그런데 출구로 향하는 통로가 갑자기 막혔다.
원인은 주차 칸을 앞에 두고 씨름 중인 하얀색 승용차 한 대였다. 운전석의 젊은 여성은 당황했는지 연신 핸들을 꺾어댔지만, 차는 좀처럼 칸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비뚤게 튀어나오기만 했다.
뒤로는 나가는 차들이 줄줄이 늘어섰다. 오후 2시의 마트 주차장이라면 다들 갈 길이 바빠 날카로운 경적 소리가 터져 나올 법한 타이밍이었다.
하지만 주차장은 이상하리만치 고요했다. 아무도 "빨리 좀 갑시다"라며 재촉하지 않았다. 우리 부부도 그저 "초보 때는 저 마음 알지"라며 흐뭇한 미소를 지은 채 그 서툰 몸짓을 지켜보았다.
그 고요함은 일종의 배려였고, "천천히 해도 괜찮다"는 무언의 응원이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도저히 안 되겠는지 젊은 여성 운전자가 차에서 내렸다. 그녀가 다급하게 도움을 요청하며 다가간 곳은 바로 뒤차였다.
운전석 창문이 내려가고, 중년의 아주머니 한 분이 환하게 웃으며 차에서 내리셨다.
아주머니는 망설임 없이 젊은 운전자의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는 베테랑다운 거침없는 핸들링으로 단 몇 번 만에 완벽하게 주차를 끝내셨다. 씩씩하게 차에서 내려 젊은 여성분에게 웃음을 보아며 자기 차로 돌아가는 아주머니의 뒷모습에선 ‘진짜 어른’의 카리스마가 느껴졌다.
젊은 운전자는 연신 고개를 숙이며 감사를 표했고, 그제야 멈췄던 주차장의 시계가 다시 돌기 시작했다. 길게 늘어섰던 차들이 다시 움직였지만, 끝까지 누구 하나 빵빵거리는 사람이 없었다.
마트를 빠져나와 도로 위로 올라타는 길, 아내와 나는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를 보며 웃었다.
“각박한 세상에 보기 드문 훈훈한 모습이네, 그렇지?”
우리가 오늘 마트에서 사 온 것은 저녁 찬거리만이 아니었다. 서툰 누군가를 기다려주는 여유, 도움을 구하는 용기, 그리고 기꺼이 손을 내미는 씩씩함. 오후 2시의 나른한 주차장을 채웠던 이 따뜻한 장면이 우리 부부의 귀갓길을 한껏 행복하게 만들어주었다.
세상은 가끔 너무 빠르고 냉정해 보이지만, 사실 우리 곁엔 여전히 경적 대신 미소를 선택하는 '멋진 사람들'이 참 많다. 오늘 주차장에서 만난 그분들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