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안 가득 담겨온 것

많이 말하지 않아도 전해지는 것들

by 온새미로

명절도 아닌데

아내와 통화하던 장인어른 말씀이

괜히 마음에 걸렸다.


“새해인데 딸들이 아무도 안 왔다.”


서운하다는 뜻이었는지,

그냥 사실을 말한 건지는

굳이 묻지 않아도 알 것 같았다.

그래서 다음 날

아내와 처가에 갔다.


전날 통화에서

두 분 모두 몸이 안 좋아

병원에 다녀오셨다는 말을 들었고,

오늘도 장모님은

물리치료를 받으러 가신다 했다.

가는 길에 병원에 들러

어머님을 모시고 집으로 갔다.


아버지는 여전히

밭일을 하고 계셨다.

몸이 편치 않아도

일손을 먼저 놓는 분은 아니었다.

말을 아끼는 대신

몸으로 하루를 버티는 분.

그 모습이

괜히 더 마음에 남았다.


점심으로 장어를 먹고

잠깐 낮잠을 잤다.

별다른 이야기는 없었지만

그 시간 자체로 충분했다.


집에 돌아올 때는

들기름, 콩, 팥, 꿀, 대추를

한가득 챙겨주셨다.

아내는 장모님과 함께

달래를 뜯어

반씩 나눠 담아왔다.


이런 게 부모의 사랑인가 싶었다.

안부를 길게 묻는 대신

들기름 병 하나 더 챙겨주고,

말은 적어도

마음은 남겨두는 방식.


피곤하긴 했지만

다녀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단한 효도도 아니고

굳이 의미를 부여할 일도 아니지만,

부모가 늙어간다는

몸으로 느끼는 순간들은

대개 이렇게 조용하게 지나간다.


장어 맛은 담백했고,

달래 향은 오는 내내

부모님 정과 함께

차 안 가득 실려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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