씹을 것인가, 꿈꿀 것인가
주말의 활기가 넘실거리는 전통시장.
사람 냄새를 따라 걷다 보면
유독 발길이 멈추고 줄이 길게 늘어선
두 곳을 만나게 된다.
하나는 고소한 기름 냄새가 진동하는 호떡집이고,
다른 하나는 노란 간판 아래
묘한 긴장감이 감도는 로또 명당이다.
특히 이번 1월은 시작부터 이 시장이 들썩였다.
바로 이 작은 판매점에서 진짜 1등 당첨자가 탄생했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지난주에 여기서 1등이 나왔대"라는 속삭임은
1월의 칼바람보다 빠르게
사람들의 발길을 붙들었다.
기적이 다녀간 자리에서
그 행운의 온기를 조금이라도
나눠 가지고 싶은 간절함이 보였다.
불과 며칠 전, 누군가는 우리와 똑같이
장바구니를 들고 이 줄에 서 있다가
인생이 바뀌는 숫자를 손에 넣었을 것이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사람들에게 이 줄은 지루한 기다림이 아닌,
일주일치 희망을 연장하는 의식이 된다.
재미있는 건
로또 한 장의 가격과
호떡 한 알의 가격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로또는 천 원,
호떡은 이천 원.
우리는 그 작은 돈으로
세상을 다 가진 듯한 단맛을 얻기도 하고,
일주일을 버티게 해 줄
거대한 꿈을 사기도 한다.
어쩌면 호떡집 줄은
실재하는 '현재의 행복'을 기다리는 줄이고,
로또 명당의 줄은 막연하지만 찬란한
미래의 희망'을 기다리는 줄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그 간절한 행렬을 한참 동안 지켜보다가
슬며시 발길을 돌렸다.
수십억 분의 일이라는
기적의 온기를 쫓아 줄을 서는 대신,
갓 튀겨져 나온 노란 호떡 하나를 손에 쥐었다.
당장 내 입안을 채워줄 꿀맛 같은
확실한 행복이 더 끌렸기 때문이다.
주머니 속엔 로또 한 장 없지만,
따뜻한 호떡 봉지를 들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충분히 든든했다.
남들이 사는 '꿈'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시장의 생동감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기적은 멀리 있는 로또 번호 속에만 있는 게 아니라, 주말 오후 시장통의 활기와
달콤한 호떡 한 입 속에도 있다는 것.
줄 서지 않은 자만이 누릴 수 있는
묘한 해방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