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러움의 정체

돌아누운 순간 세상이 핑 돌았다.

by 온새미로

오늘 ​아침에 눈을 뜨고 몸을 옆으로 돌리는 찰나, 세상이 핑 하고 돌았다. 심장이 바닥으로 뚝 떨어지는 기분이었다.


'아, 또 시작이구나.' 이석증이 재발했다는 확신과 함께 지독한 공포가 밀려왔다. 다시 그 어두운 터널 속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생각에 눈앞이 캄캄해졌다.


​잔뜩 겁을 집어먹고 찾아간 병원, 하지만 의사는 이석증이 아니라고 했다. 진단명은 '전정기능저하'. 귓속 돌멩이가 빠진 게 아니라, 몸의 균형을 잡는 센서가 잠시 약해진 상태라고 했다.


증상이 나타나도 금방 가라앉으면 괜찮으니 너무 걱정 말라는 처방이 이어졌다. 다만 구토가 나거나 걷기 힘들 정도로 어지러우면 그때 다시 오라는 말에 비로소 참았던 숨이 터져 나왔다.


​내 몸이 완전히 고장 난 게 아니라, 잠시 기운이 빠져 휘청인 것뿐이라는 사실이 큰 위로가 되었다. 수십 년 직장 생활의 긴장과 예민한 성격이 내 몸의 감각들을 참 많이도 지치게 했을 것이다.


3개월간 귀를 괴롭히던 이명이 잠잠해졌을 때, 내 몸은 이미 "나 좀 쉬게 해 달라"라고 애원하고 있었는지 모른다. 나는 그 신호를 완치라 착각하고 다시 일상의 속도를 높였다가, 이번엔 재발의 공포라는 경고등을 만난 셈이다.


​이제는 조금 편안한 마음으로 멈춰 서기로 했다. 어차피 어지러움 앞에서는 서두를수록 세상만 더 요동칠 뿐이다.


계획했던 운동도, 매주 한 편씩 쓰는 글도 이제는 내 몸의 박자에 맞춰 천천히 가기로 마음먹는다.

​거창한 완치보다 중요한 건, 내 몸의 기울기를 인정하고 달래며 사는 법을 배우는 일이다.


아침에 잠시 핑 도는 어지러움이 찾아와도, "금방 가라앉을 거야"라고 나를 다독이며 수평이 돌아오길 기다려주면 그만이다.


다시 똑바로 서서 밥을 먹고 일상을 누릴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며, 나는 다시 조용히 숨을 고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