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닭을 짝사랑하는 법

우연이라기엔 너무 자주 만난다.

by 온새미로

나는 전기구이통닭을 짝사랑하는 중이다.


시도 때도 없이 문득문득 생각이 난다.

배가 고파서일까, 마음이 헛헛해서일까

나는 늘 핑계를 만든다.


“오늘은 운동했으니까"

“오늘은 힘들었으니까"


그리고 결국 그 트럭 앞에 선다.


투명한 유리통 안에서

통닭들은 천천히 몸을 돌린다.


기름기 쏙 빠진 매끈한 피부

은은하게 흐르는 윤기

과하게 꾸미지 않았는데도

괜히 눈이 간다.


어쩐지 청순하다.

담백한 척 아무 일 없다는 듯 돌고 있지만

그 고요함이 더 위험하다.


그러다 한 바퀴 돌아

빛을 받는 순간


그건 또 묘하게 섹시하다.


노릇하게 그을린 어깨선

탄탄하게 올라간 다리

말 한마디 없이

다 보여준다.


나는 괜히 시선을 한 번 더 준다.

그리고 들리지도 않을 말을 속으로 건넨다.

“오늘 자태가 곱네"


하지만 결말은 늘 같다.


나는 위로를 얻고

통닭은 봉투만 남긴다.


사랑이라기엔 너무 일방적이고

우연이라기엔 너무 자주 만난다.


매주 금요일 저녁 7시

그 시간에 정확히 나타나는 내가

더 문제인지도 모른다.


이건 습관일까

아니면 계획적인 스토킹일까


통닭은 늘 그 자리에 있을 뿐인데

먼저 찾아가는 건

항상 나다.


"혹시 누가 나를 구속하진 않겠지"

"전기구이통닭 접근금지 명령 같은 건 없겠지"


이렇게 말은 해도

발걸음은 이미 알고 있다.

다음 주에도 그 앞에 설 거라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