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령·서현이와 함께한 명절 글램핑
명절 연휴, 이번에는 집을 떠나 조카 서령이, 서현이와 함께 글램핑장으로 향했다.
어느덧 초등학교 4학년, 3학년이 된
아이들과 함께하는 캠핑은 예전과는
사뭇 다른 공기를 머금고 있었다.
캠핑의 묘미는 역시 평소의 '금기'를 잠시 내려놓는 데 있다.
집에서는 건강을 생각해 멀리하던 라면이 이곳에선 최고의 성찬이 된다.
꼬챙이에 끼워 노릇하게 구운 마시멜로를 초콜릿과 함께 크래커 사이에 끼워 만든 '스모어'는 아이들에게 그야말로 신세계였다.
여기에 숯불 위에서 육즙을 가득 머금은 채 익어가는 소고기와 타닥타닥 구워지는 밤까지,
먹는 즐거움 속에 웃음소리도 깊어갔다.
배부른 식사 후에는 배드민턴 시합이 열렸다.
우리 부부를 가장 놀라게 한 건 둘째 서현이였다.
평소 잘 움직이지 않아 정적인 아이인 줄만 알았는데, 셔틀콕을 따라가는 잽싼 움직임과 날카로운
운동신경에 입이 떡 벌어졌다.
첫째 서령이는 갈수록 든든해졌다.
우리가 미처 챙기지 못한 난로를 능숙하게 켜고,
자기 전 문단속까지 척척 해내는 모습에서 훌쩍 자란 시간이 느껴졌다.
밤이 깊어 잠자리에 들기 전, 텐트 안은 또 다른 축제 현장으로 변했다.
아이들은 어디서 가져왔는지 빨간 조명을 하나 켜더니, 그 아래에서 신나게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빨간 불빛 아래 흔들리는 아이들의 그림자와 천진난만한 목소리가 텐트 안을 가득 채웠다.
낮에는 의젓하던 서령이도, 잽싼 운동신경을 뽐내던 서현이도 이 순간만큼은 흥 넘치는 꼬마 가수가 되어 우리 부부에게 잊지 못할 재롱잔치를 선물했다.
하지만 아이들이 이번 여행에서 가장 행복해했던 시간은 정작 따로 있었다.
바로 자기 전, 좁은 침대 위에 이모를 가운데 두고 셋이 꼭 붙어 누워 나누는 '이불속 만담' 시간이었다.
서로의 살결을 맞대고 이불을 같이 덮으며 시작된 수다는 끝날 줄을 몰랐다.
셋이 엉겨 붙어 킥킥대며 나누는 그 낮은 목소리들이 텐트의 정적을 따스하게 채웠다.
아이들에게 필요했던 건 화려한 캠핑 장비보다,
어쩌면 이렇게 마음껏 어리광 부릴 수 있는 '이모의 품'이었을지도 모른다.
다음 날 아침, 뜨끈한 어묵탕과 난로에 구워낸 쫄깃한 떡 구이를 끝으로 우리의 여행은 마무리됐다.
초4, 초3. 이제는 제법 자기 주관이 뚜렷해진 아이들을 보며 시간이 참 빠르다는 걸 실감한다.
엄마의 빈자리를 채워주고 싶어 시작한 여행이었지만, 오히려 아이들의 활기찬 모습과 이불속에서 들려준 진심 어린 웃음소리에서 우리가 더 큰 위안을 얻었다.
모닥불의 온기보다 더 뜨거웠던 조카들과의 추억 한 페이지를 가슴속에 소중히 접어 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