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격

위로가 된 한 권의 책

by 행복쭌

어떤 책은 읽지 않거나 또는 너무 일찍 읽지는 야 하는 책이 있는 반면에 어떤 책은 좀 더 일찍 알았으면 더 좋았지 않았을까 하는 책이 있다.


​시한부 말세론을 소개한 <다가올 미래를 대비하라> 전자에 해당한다면 후자에 해당하는 책은 일본 작가 다자이 오사무가 쓴 <인간실격>이었다.


​주인공이 가진 세상과 인간관계에 대한 커다란 풀지 못할 두려움을 소설을 통해 보여줌으로써,

나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나 혼자만이 이런 기형적 인 두려움을 안고 세상을 사는 것은 아니라는 결론 을 통해 마음의 안도감을 충분히 느끼게 해 준 책이 기 때문이다.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저는 인간의 삶이라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는 범상치 않은 문장으로 시작하는 이 책은 대번에 호기심을 증폭시켜 끝까지 정독하게 만들었다.


​어려서부터 병약했던 요조는 역시 병약한 어머니 에게 사랑을 받지 못하고 두려움의, 대상인 권위 적인 아버지 사이에서 세상과 어울리지 못한다. 원치 않게 대인기피증세로 극심한 공포와 불안에 시달 리던 주인공 요조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타인 이 좋아하는 것,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기민하게 확인하는 것이다. 타인을 기쁘게 하기 위한, 마음을 거슬리지 않기 위한 모든 노력은 자신과 남을 속이는 방식으로 귀결되고 인간의 계산적인 선행과 위선을 이해하지 못하고 남의 눈치를 봐야 하는 주인공 요조의 모습은 끝내 기만과 익살, 방탕과 파멸로 이어진다.


​민감한 성격 때문에 남들과 제대로 대화도 못하는 요조는 인간에 대한 최후의 구애로서 광대를 연기 하지만 말싸움도 자기변명도 못하는 그는 하녀와 하인에게 범해지는 와중에도 힘없이 웃기만 한다. 결과적으로 자신을 속이면서도 '맑고 밝고 명랑 하게 또는 살아갈 자신이 있는 사람들에 대한 난해 함 끝에 아무한테도 호소하지 않는 고독 속에 결국에는 자신이 최종적으로 의지하고 사랑하는 여자가 지인에게 범해지는 것을 목도하면서도 아무런 방어를 못하는 충격 속에 끝내는 정신 병원 입원하고는 삶을 돌아보며 소설이 마무리된다.


​나름대로 사회와 조화를 이루며 살아보려 애썼으나 결국은 모든 것으로부터 배반당한 패배자의 이야기 <인간실격>은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 일본 사회가 맞닥뜨려야 했던 황량한 시대상황과 맞물려 전후 일본일들에게 큰 반향을 일으킨 책기도 하다.


​가브리엘 마르케스가 쓴 <백 년 동안의 고독>근친상간의 저주로 인해 돼지꼬리를 가지고 태어난 사람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책이 출간되어 많은 사람들의 호응을 얻은 후 저자는 이른바 자신도 역시 돼지꼬리를 가지고 태어났다는 사람들에게서 수많은 편지를 받았다고 한다.


​스스로의 삶이 비정상적이고 예외적인 전락의 길에 놓여있다고만 생각했던 사람들이 자신들과 비슷한 작품 속 주인공의 삶에 깊은 공감을 느껴 조심스레 자신의 삶을 고백할 용기를 가지게 된 것이다.

정상성을 벗어난 인간으로서의 절망적 고독 속에서 자신과 처지가 같은 동료가 있다는 흔치 않은 로 감에서 비롯되었을 수 있다. 문학이 주는 일종의 치유적 효과라고도 볼 수 있다.




​아마도 <인간실격>의 주인공 요조가 생애 전체를 통해 알고자 하고 궁금 해했던 것은 도대체 다른 사람들은 인생이라 는 강을 어떻게 잘 건너가고 있느냐 하는 것이었 을 것이다. 다분히 캐릭터가 과장된 측면은 있지만 고립되고 단절된 상황 속에 세상이라는 거대한 횡포에 대해 두려움에 휩싸인 채 탈출구를 찾으려고 고군분투하며 외치는 요조의 절규를 듣는 듯했다.


​세계와의 불일치로 인해 느끼는 두려움과 공포에 대해서 그런 두려움을 느끼는 존재를 소설 속의 주인공을 통해 만나고 알게 되었다는 측면에서

나 자신이 매우 이상하고 예외적인 존재가 아니며 세계와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매우 감사한 일이다.

작가의 이전글피할 수 없는 시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