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 수 없는 시선

by 행복쭌

주변사람을 굳이 의식하지 않으려고 해도 그들이 내게서 이상한 기색을 감지하고 호기심에 어린 눈으로 지켜보는 경우가 많지는 않지만 간혹 있다. 물론 그러한 여지를 들키지 않기 위해 매번 신경은 쓴다.

한 번은 집 앞 뒤뜰의 벽에 기대앉아 조용히 책을 보고 있었는데 건너편으로 어느 여자가 나를 신기한 듯이 쳐다보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게다가 딸로 보이는 아주 어린 소녀가 덩달아 이상하게 쳐다보는 것이 온몸 느껴졌다


아마도 뭔가 이상해보이는 내가 있었겠지만 (사실은 이상한 것이 아니라 아픈 것이다)

정상적인 부모라면 " 가정교육 측면에서라도 타인을 무례하게 공개적으로 호기심을 표출하는 행위는 하지 않아야 한다고 가르쳐야 하지 않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순간적으로 공상에 잠길 때 즐거움과 공허감이 가미된 조증이 드러날 때 어떤 경우에는 대놓고 얼굴을 가까이 대고 아래에서 위로 쳐다보는 사람도 있었는데 화가 나기도 했지만 그 사람의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참아 넘기는 경우도 있고 심지어는 노골적으로 경멸의 시선을 드러내는 인간도 있다. 결국 어쩔 수 없이 들키는 그런 경우 할 수 있는 최선이란 남들의 시선을 피해서 이상하게 여겨짐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주로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마음을 지킬 수 없는 상태로 가기 쉬운데 직장에서는 조증이 발현되어 생각이 걷잡을 수 없이 뜨게 되면 몰래 정문을 빠져나가 관사에서 몇 시간 잠을 자거나, 아니면 잠시 외출해서 병원에 가서 약을 처방받거나 했다


​일 안 하고 하루 종일 조증에 빠져 있으면 신나고 즐겁겠지만, 조증 상황을 감수하고 일을 할 때 일이 견디기 힘든 어려움과 스트레스로 다가오고 그래서 조증의 감정도 순식간에 불쾌와 고통으로 추락하는 것, 여기에 비극이 있는 것 같다.


​물론 내게서 눈빛이 불안정하거나 행동거지가 어색 한어 떤 단서를 제공했겠지만, 그럼에도 우리 사회에서 장애인을 대할 때 호기심보다는 관용이 담긴 모른 체함이 더 성숙한 시민의 자세임을 말하고 싶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들은 나에게 관심이 일단 전혀 없거니와 모른 척해주는 것 같다.


​가끔씩은 누군가의 시선에서 완전히 해방되고 싶어서 아무도 나를 모를만한 낯선 장소에서 방향감각을 잃고 걸어 다니는 것이 기분이 좋은 상태와 함께 동화 같은 마음으로 걷기도 했다


원하지 않게도 성적인 가해자로 오인되어 죽도록 맞을 뻔한 일도 있었다. 이는 어떤 행위나 동작이 나도 잘 모르는 생각 속에 잠겨있을 때의 문제로 발생한다. 무엇인가 생각에 집착하면 - 그렇다고 해서 그 생각이 특히 고상하고 가치 있는 것은 아니고 게다가 조금 지나면 그 생각 자체도 잊어 버려 무슨 생각을 했는지도 모르게 된다 - 몸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또는 움직였는지를 의식하지 못하게 되니 성폭행의 의혹을 받더라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예전에 있었던 고민상담프로그램인 [안녕하세요] 라는 프로그램에서 뭔가 강박이나 행동의 문제가 있어서 수시로 성범죄자로 오인받는 어느 청소년의 고민을 본 적이 있는데 그는 이런 오해에도 벗어 나고 자신의 모습도 관찰하기 위해서 수시로 자신의 행적마다 카메라를 찍는다고 하는데 많은 연민과 공감이 느껴지면서 얼마나 답답했으면 티브이에 나올 생각을 했을까 하는 생각과 함께 정말 쉽지 않은 생을 살겠구나 하는 생각에 몹시 안쓰러워졌다.


​마음과 시선의 흔들림이 삶의 혼돈과 고민을 주기는 하지만 다행스럽게 이는 약물의 복용에 의해 상당히 안정적일 정도로 통제가 가능한 경우가 많이 있고 스트레스 상태에 대한 이른바 성숙한 방어기제의 활용 정도에 따라서도 개선이 어느 정도는 가능한 것 같다.


​나의 담당 정신과 의사는 약처방을 하면서 가끔씩

현실을 바라보면 모래알만 서걱서걱 밟히고 즐거울 것도 없는 삶에서 차라리 가끔씩은 마음이 들떠서 즐거운 나락에 빠지는 게 오히려 낫지 않는가 하는 농담 같은 말을 하는데, 사실 경조증 상태에 빠져 있을 때의 황홀한 행복감을 알고 있는 입장에서는 단순히 농담으로만 받아들이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가볍게 기분이 은은하게 뜬 상태로 살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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