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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성 Sep 24. 2020

당신에게 특별한 운명이 주어졌다는 사실을 몰랐어요

심판 - 베르나르 베르베르

심판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두 번째 희곡이다.


이 책을 읽기 시작한 순간부터 내 머릿속은 온통 연극 무대 위에서 혼신의 연기를 다하는 네 명의 주인공의 모습이 떠올랐다.


심판은 폐암으로 죽음을 맞이한 아나톨 피숑이 죽음을 맞아 천국에 오게 되고

전생에 부부였던 변호사 카롤린과 검사 베르트랑 그리고 재판장 가브리엘이 아나톨의 전생의 삶을 심판하면서 깨닫게 되는 삶과 인생에 대한 통찰을 다룬 이야기다.


재판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프랑스가 처한 현실(부패한 법조계, 부족한 의료진, 교육 등)을 꼬집는 한편 개인이 삶을 대하는 자세에 대한 작은 울림을 준다.


극중에서 재판장 가브리엘은 차분하고 또박또박 말한다.

"그러니까 삶을 요리로 치자면 유전 25퍼센트, 카르마 25퍼센트, 자유의지 50퍼센트가 재료로 들어가는 거예요."


나도 유전적으로 뒷머리가 짱구이고 치아가 고르지 못하며 아름다운 목소리를 가지지 못했다.

게다가 부모님은 고등교육을 받지 못하여 평생을 가난하게 살아왔으며, 최초의 직업도 비정규직인 삶을 살아야만 했다.

하지만 나에게는 누구보다 잘 살아야 한다는 자유의지 50퍼센트를 거의 모두 발휘하였기에 그래도 나쁘지 않은 아니 행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은 검사 베르트랑이 했던 말이다.


베르트랑 : "피숑 씨, 당신은 순응주의에 빠져서! 그저 남들과 똑같이 살려고만 했죠. 당신에게 특별한 운명이 주어졌다는 사실을 몰랐어요."


나는 순응주의에 빠져 사는 것일까? 남들과 똑같이 살려고만 했는가?

이런 고민에 휩싸였다.

책은 얇지만 생각은 두꺼워지는 책이다.

공연은 많이 했으니 연극을 기획해 보고 싶어졌다.


2020.09.24

웰스트레이너


#심판 #베르나르베르베르 #희곡 #삶 #유전 #카르마 #자유의지 #연극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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