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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준성 Apr 20. 2018

글쓰기에 대한 생각

잘쓰기를 포기하자

세상에는 잘 할 수 있는 게 있고 잘 할 수 없는 게 있다.


제발 인정하자.

우린 대부분 글을 잘 쓰지 못하도록 태어났다.

손으로 행동으로 심지어 말로 모든 것을 표현 할 수 있는데 어려운 글로 생각을 표현하라니

말로 설명하면 2초면 끝날 것을 구구절절히 두괄식이니 미괄식이니 하는 말로 설명해야 하는지 원...


브런치에는 글 잘쓰는 인간들 투성이다.

누군가 나에게 죽도록 노력해 봤냐고 묻는다면 꺼지라고 말하고 싶다.

하고 싶지도 않은 일을 죽도록 하는 일은 정말 병신같은 일이다.


한편, 나에게 기타를 치는 것과 글을 쓰는 것은 비슷하다.

기타를 잘치고 싶지만 매일 연습하지 않는다.

글쓰기를 잘하고 싶지만 매일 쓰지 않는다.

그런데 잘 하고 싶다고? 그래 잘 하고 싶다.

이게 뭔 개소린가 싶을 것이다.


세상을 살다보면 대단한 인간들이 많이 있다.

글을 잘쓰고 글을 잘쓰고 글을 잘쓰는 인간

'아무리 노력해도'라는 것에는 노력이라는 전제조건이 붙는다.

그래 나는 노오오력이 부족했던 것이다.

부족한 노력을 채우기 위해 좀 더 노력했어야 했는데 내가 잘못했다.

불행한 사실은 기타를 치거나 글을 쓰는 것을 지속할 수가 없다.

나라는 인간 자체가 액팅하는 인간이고 한 자리에 앉아서 꾸준히 연구하거나 몰두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ADHD가 그냥 어른이 된 것 뿐이다.

회사에서도 2~3시간 동안 자리에 앉아서 몰입하는 경우는 오직 이사를 준비하면서

부서별로 숫자를 이리저리 끼워 맞출 때 뿐이다. 이게 너무 재미있다.

웃긴건 사실 난 숫자에 무척 약하다.
하지만 숫자를 이리저리 끼워 맞춰보고 그게 딱 떨어지면 이상한 희열 같은 것을 느낀다.


숫자는 내 약점인데, 왜 나는 이것을 즐거워할까?

일이기 때문에 할 수 밖에 없고(환경설정) 마감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돌이켜보면 기타 실력이 가장 많이 늘었던 시간은 공연하기 1주일 전이다.

공연이 끝나면 다시 리셋이 되고 나는 평범한 직장인으로 돌아간다.


최근 성장판 소모임에서 매주 마감을 정하고 글쓰기를 하고 있다.

아빠의 육아라는 타이틀도 뻔뻔한 글을 쓰고 있는데 사실 아빠로서 한게 별로 없다. 아내가 그렇가면 그런거다.

아무리 쓰레기 같은 글이라고 하더라도 어쨌던 매주 배설한다.

그리고 똥인지 된장인지 모를 글들이 계속 쌓인다.

신기한 사실은 쌓이다 보니까 뭔가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그리고 애정을 가지게 된다.

매번 단편적으로 생각의 파편들을 휘갈길 때는 몰랐는데 어떤 주제를 가지고

꾸준히 쓰다보니까 뭔가 되는 것 같기도 하고 계속하게되는 마법의 힘을 발휘한다.

이쯤에서 생각해 보면 마감의 마법은 무엇이든 간에 제 역할을 한다.


서두에서도 썼지만 나는 글을 못쓴다.

글이 재미가 없다는 뜻이다.

매일 자기개발도서만 읽고 스토리가 없어서 일기장 같단다.

그것도 더럽게 재미없는 일기장 말이다.

차라리 아이돌의 일기장이라면 그의 고독이라던지 비밀스런 연애라던지

뭔가 흥미로운 것이 있을텐데 나의 글에는 그런 것 조차 없다.

그리고 지난 20년동안 기타를 치고 밴드를 하고 일기를 쓰고 글을 썼지만 남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럼  도대체 왜 이때까지 한거야?

그냥 하고 싶어서 한거다.


나는 기타를 잘 치고 싶고 글을 잘 쓰고 싶다.

그런데 그냥 나는 기타를 잘 못치고 글도 잘 못 쓴다.

그게 나다. 인정한다. 

그래도 나는 끝까지 기타 치고 글을 쓸꺼다.

비록 30분짜리 열정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거니까


기타를 잘 치는 것을 포기하고 글을 잘 쓰는 것을 포기하니까

마음이 평온해진다.


그래 취미는 잘 하는 걸 포기해도 괜찮아.

열심히 하는게 아니라 즐겁게 하는 거잖아.



2018. 04. 20

Li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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