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起床)

by 김재호

그리 멀고, 그리 뜨겁다는 태양이

가여운 창문 모서리에

찐득하게 들러붙었다.

방 한구석을 꽉 잡아

다른 구석으로 잘 포개고

탁자 밑으로 밀어둔다.

의식의 변두리에 자리 잡은 꿈 하나

반갑지 않은 아침 공기에 쫓겨

구멍 난 신발 구겨 신고

황급히 머리 밖으로 뛰쳐나간다.

흐트러진 머리카락 사이

희미해진 별빛 털어내고

양손바닥 간절하게 모아 눈을 감는다.

금 나와라 뚝딱, 은 나와라 뚝뚝딱.

누가 먼저라 할 것 없이

재잘거리는 상념의 조각들

이면지에 구겨 넣어 입을 틀어막고

잠들기 전의 새빨간 기억들

얼굴 두드리며 불러낸다.

꽉 막고 있던 구멍 하나 열고

남은 구멍 또 하나 열고

고인 물 썩지 않게 시원하게 작별한다.

이제는 더딘 시간을 맞이할 차례.

계절이 좋아한다는 옷과 가면을 걸치고

세월을 노 저어 제자리에 띄운다.

매거진의 이전글기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