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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호 Jul 09. 2022

이별 준비

시간 참 빠르다.

벌써 다음 주말이면 Sarah가 시집간다.

그 생각만 하면 눈물이 왈칵 걷잡을 수 없이 흐른다.

그나마 미국으로 떠나기 전에 결혼을 시킬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남편이 될 Thomas도 그렇고 시댁 사람들 모두 인상이 좋아 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자꾸 마음이 밟혀서 납작해진다.

Thomas가 워낙에 유서 깊고 뼈대 있는 집안이라

Sarah가 눈칫밥을 먹지는 않을지 괜히 신경이 쓰인다.


Sarah가 덮고 잘 새 이불을 가만히 쓰다듬어 본다.

꽃 그림을 워낙 좋아해서 골랐는데,

Thomas가 싫어하면 어쩌나 걱정이다.     


이왕 꺼내서 보는 김에 Sarah가 가지고 갈 물건들 중에 

빠진 게 없는지 하나씩 점검해 본다.     


톰 브라운 옷, 

펜디 가방, 

베르사체 신발, 

루이뷔통 목걸이를 포함한 액세서리, 

구찌 식기류, 수건, 담요, 인형 등등 

하나같이 모두 구하기 힘든 명품들로 준비해 주었다.

앞으로 나 없이 지내야 하는데,

괜히 기가 죽어서 지내면 곤란하다.     


조금, 아니 크게 무리를 하긴 했다.

덕분에 미국에서 지낼 집이 아주 작아졌고, 허름해졌다.

하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다.

Sarah에게 더 해주지 못해서 미안할 따름이다.

이런 게 바로 부모의 마음인가.     


Sarah는 요즘 매일같이 내 방에 와서 같이 잔다.

말은 안 하지만 본인도 이별을 준비하고 있는 것 같아서 짠하다.

지금도 이런데 진짜 멀리 떨어지고 나면

하루하루 얼마나 그리울까.     


괜히 미국행을 결심했나 하는 후회가 들기도 한다.

언제쯤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새 직장에서는 휴가를 충분히 준다고 했지만

여기까지 오고 가려면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다.

손자, 손녀들이 태어나면 그때쯤 한 번 귀국해야겠다.     


Sarah가 내 옆에 조용히 와서 앉는다.

시계를 보니 배가 고플 시간이 되긴 했다.     

“밥 줄까?”


Sarah가 나를 바라보며 예쁜 목소리로 대답한다.     


“멍 멍, 멍 멍”                    


오늘은 사료 말고 소고기를 구워줘야겠다.




+) 사진을 잘 보시면 작은 재미가 하나 더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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