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 참 빠르다.
벌써 다음 주말이면 Sarah가 시집간다.
그 생각만 하면 눈물이 왈칵 걷잡을 수 없이 흐른다.
그나마 미국으로 떠나기 전에 결혼을 시킬 수 있게 되어 다행이다.
남편이 될 Thomas도 그렇고 시댁 사람들 모두 인상이 좋아 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자꾸 마음이 밟혀서 납작해진다.
Thomas가 워낙에 유서 깊고 뼈대 있는 집안이라
Sarah가 눈칫밥을 먹지는 않을지 괜히 신경이 쓰인다.
Sarah가 덮고 잘 새 이불을 가만히 쓰다듬어 본다.
꽃 그림을 워낙 좋아해서 골랐는데,
Thomas가 싫어하면 어쩌나 걱정이다.
이왕 꺼내서 보는 김에 Sarah가 가지고 갈 물건들 중에
빠진 게 없는지 하나씩 점검해 본다.
톰 브라운 옷,
펜디 가방,
베르사체 신발,
루이뷔통 목걸이를 포함한 액세서리,
구찌 식기류, 수건, 담요, 인형 등등
하나같이 모두 구하기 힘든 명품들로 준비해 주었다.
앞으로 나 없이 지내야 하는데,
괜히 기가 죽어서 지내면 곤란하다.
조금, 아니 크게 무리를 하긴 했다.
덕분에 미국에서 지낼 집이 아주 작아졌고, 허름해졌다.
하지만 크게 개의치 않는다.
Sarah에게 더 해주지 못해서 미안할 따름이다.
이런 게 바로 부모의 마음인가.
Sarah는 요즘 매일같이 내 방에 와서 같이 잔다.
말은 안 하지만 본인도 이별을 준비하고 있는 것 같아서 짠하다.
지금도 이런데 진짜 멀리 떨어지고 나면
하루하루 얼마나 그리울까.
괜히 미국행을 결심했나 하는 후회가 들기도 한다.
언제쯤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새 직장에서는 휴가를 충분히 준다고 했지만
여기까지 오고 가려면 시간과 비용이 만만치 않다.
손자, 손녀들이 태어나면 그때쯤 한 번 귀국해야겠다.
Sarah가 내 옆에 조용히 와서 앉는다.
시계를 보니 배가 고플 시간이 되긴 했다.
“밥 줄까?”
Sarah가 나를 바라보며 예쁜 목소리로 대답한다.
“멍 멍, 멍 멍”
오늘은 사료 말고 소고기를 구워줘야겠다.
+) 사진을 잘 보시면 작은 재미가 하나 더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