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과 싸울 무기

by 김재호

우리 집에는 용들이 산다.

일회용 컵, 일회용 그릇과 수저

녀석들은 모일수록 무서워지며

화가 나면 달그락달그락 소리로 위협한다.


우리 가족은 용을 타고 다닌다.

뜨거운 입김과 지독한 냄새를 내뿜는 자가용

녀석들은 나이가 들수록 치명적이며

가끔 으르렁으르렁 짐승 소리를 낸다.


우리 아파트에는 버려진 용들도 많다.

개인용 자전거와 개인용 킥보드

녀석들은 하루하루 먼지가 덮이고 녹이 슬며

바람에 쓰러지면 끼익 끼익 구슬픈 소리를 낸다.


우리는 수시로 용들을 쫓아내기도 한다.

종이, 플라스틱, 캔과 병 재활용

녀석들은 잠시 모였다가 영영 떠난 듯 보이지만

시나브로 집 안에 다시 들어와 자리를 잡는다.


우리는 용이 불러온 비를 맞기도 한다.

과용, 오용, 남용, 신용

녀석들은 먹구름이나 예보도 없이 들이닥쳐

우르르 쾅쾅 과소비를 뿌리고 홍수를 일으킨다.


우리는 더 늦기 전에 용들과 맞서 싸워야 한다.

쉽지 않겠지만 용들에게 질 수는 없다.

녀석들을 무찌르기 위해서는 딱 두 가지

환경을 아끼고 보전하려는 마음과

조금 불편해질 용기만 있으면 된다.




<제 20회 푸른 인천 글쓰기 대회 학부모 부문 우수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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