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상언(抽象言) Ⅰ

by 김재호

기다릴 테니

도착하면 나 몰래 연락해.

알았지?




뭐야,

나 몰래 연락하라고 했더니

무턱대고 여기까지 찾아온 거야?

그래서 꼭 해주겠다는

조언이 뭔데?


넌 해낼 수 있어.

하지만 이제 그만 포기해.


왜?


해 뜨는 아침을 맞이했다는 것은

곧 밤이 찾아온다는 거야.


그래서?


강한 자도 죽고

살아남은 자도 결국엔 다 죽어.


그런가?


희망의 반대말은 절망이 아니야.


그럼?


희망의 반대말은 후회고

절망의 반대말은 도전이야.


그나저나 너 누구라고 했지?


나는

이미 죽어버린 희망이자

백야(白夜)가 끝나고 흑주(黑晝)만 이어지는 곳에 사는

무의미한 도전이야.

짧게 말하면

네 과거에서 온 미래지.

자 이쯤 하면 알아먹었지?

반드시 기억해.

'넌 해낼 수 있어.

하지만 이제 그만 포기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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