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길은 하나였다.
순간순간 마주한 갈림길에서 깊은 고뇌의 시간을 보냈다고 자부했지만
실상은 외줄 위에서 위태롭게 팔다리를 흔들고 있었을 뿐이다.
거미줄처럼 촘촘하고 자유롭게 펼쳐진 세상을 기대했지만
그저 가느다란 동아줄에 매달린 채
힘을 다해 올라갔다
힘이 다해 내려갔다
그렇게 반복할 뿐이었다.
씨줄과 날줄이 복잡하게 얽힌 다양한 무늬의 삶을 꿈꿨지만
단조로운 패턴으로 이뤄진
싸구려 양탄자가 이끄는 대로 휘둘렸을 뿐이다.
외줄 위에서 춤추기
서커스 그네 타기
하늘을 나는 즐거움마저도
스스로를 작은 틀에 가두어버리자
그저 불만 덩어리가 되어 머릿속에 남아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