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에 80퍼센트의 에너지(노력)만 쓰세요.’라는 글을 보고 끄적이는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1. 측정
노력을 정량적으로 측정할 수 있을까요?
100퍼센트인지, 80퍼센트인지, 30퍼센트인지 측정이 가능한가요?
예를 들어, ‘물속에서 숨 오래 참기’를 한다고 했을 때
제가 포기하고 올라오는 그 순간이 진짜 한계(100%)일까요?
아니면,
참다 참다 기절하는 순간?
옆에서 누군가가 그만하라고 말리는 순간?
경쟁자가 포기하고 먼저 일어나는 순간?
저는 아직까지 노력을 정량적인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그래서 매 순간 ‘온 힘’을 다해서 살지 말라는 말뜻은 알겠지만
‘온 힘’의 기준점을 어떻게 잡아야 할지는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2. 한계치 감소
만약 에너지(노력)가 측정 가능하다고 가정했을 때,
매번 80퍼센트만 노력하다 보면 제 한계가 80에 맞춰지게 되지 않을까요?
100미터를 8초에 달릴 수 있지만 항상 9.6초에 맞춰서 달리다 보면
근육이나 폐활량이 거기에 적응해버리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그러다 80퍼센트가 기준(한계)이 되어서 결국 64퍼센트만 쓰게 되는 순간도 오지 않을까요?
그렇게 내 한계와 노력은 점점 줄어들고 결국 되돌릴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겠지요.
3. 더 강해질 가능성
100퍼센트 이상 노력하다 보면 쓰러질 수도 있지만 결국에는 더 강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드래곤 볼'이라는 만화에서,
주인공인 손오공은 죽을 고비를 넘길 때마다
자신의 한계를 부수고 더 강한 존재로 거듭 태어납니다.
물론 비현실적인 만화책 속 내용이라 일반화시킬 마음은 없지만
어쩌면 진짜도 한계라는 것은 스스로 취면을 걸어
포기하게 만드는 자기 합리화 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100미터를 8초에 달릴 수 있는 능력이 있고 매번 그렇게 달리다 보면
근육과 폐활량이 늘어서 7초도 가능해지지 않을까요?
4. 왜 80퍼센트인가?
20퍼센트를 남겨두라는데 왜 20퍼센트일까요?
말꼬리를 잡으려는 게 아니라, 어떤 근거로 그런 수치가 나왔는지 궁금할 뿐입니다.
이 역시도 측정이 가능하다는 전제하에 추측을 해 보려 해도 잘 와 닫지 않습니다.
5. 기본 능력의 차이
모든 개개인은 가지고 있는 능력이 다릅니다.
남들이 가진 100퍼센트와 내가 가진 100퍼센트가 다를 수 있다는 말입니다.
100미터를 8초에 달릴 수 있는 사람하고 경쟁을 하는데
제가 가진 능력은 7초라고 가정을 해봅시다.
저는 7초라는 한계치의 80퍼센트만 쏟아붓습니다.
결국 8.4초로 결승선을 통과하고 경기에서 패배하겠죠.
6. 번-아웃 (Burn-Out)
피곤하고 쉬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들이 이어지기도 합니다.
많이들 번-아웃 증후군이라는 용어를 사용합니다.
그런데 80퍼센트만 사용하면 정말로 그런 상태가 오지 않을까요?
7. 결과
매 순간을 80퍼센트의 노력으로 사는 것은 조금 안타깝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나 사실 80퍼센트만 썼어.'
그래서 경기에서 진 거야.
그래서 사업 실패했어.
그래서 좋은 부모가 되지 못했어.
그래서 원하던 꿈을 이루지 못했어.
그래서 너와 헤어질 수밖에 없었어.
어쩌면 좋은 방패나 방어막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미 써버린 80퍼센트는 어찌 되나요?
물론 80퍼센트의 노력으로 원하는 바를 이뤘거나
더 큰 행복에 다다를 수도 있겠죠.
8. 개인적인 반성
솔직히 저는 평생 이렇게 살아온 것 같습니다.
'최선을 다해서 살면 위험해.
산에 오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언제든 다시 내려갈 힘은 남겨둬야지.
숨이 이렇게 가쁘고 다리가 이 만큼이나 아픈데 정상에 가는 게 중요해?
그까짓 산에 오르다 말았다고 해서 누가 뭐라 하겠어?'
그러면서 번번이 포기해 버렸습니다.
하지만 어느 날 딴생각에 잠겨 산에 오르다 저도 모르게 정상까지 도달해버렸습니다.
그리고 멀쩡하게 잘 내려왔죠.
그동안 제가 ‘적절한 80퍼센트의 노력’이라고 믿었던 것은 뭐였을까요?
9. 앞으로
번 아웃이 과연 과도한 노력 때문에 오는 걸까요?
저는 ‘노력의 의미’가 소진(번 아웃)되었을 때
혹은 ‘노력의 가치’가 바닥을 드러냈을 때
그때의 괴리감과 허무함 때문에 나타나는 심리적 피로가 아닐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봅니다.
그래서 에너지보다는 삶의 의미와 가치가 사라지지 않게끔 신경 써 볼 생각입니다.
저는 몇 퍼센트의 에너지(노력)만 쓴다는 생각으로 이리저리 계산하며 살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저 아쉬움이 남는 일이 없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나저나
충전을 위해 짧은 휴가를 다녀왔는데 가기 전보다 더 피곤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