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극히 제 개인적인 생각을 담은 글입니다. 당연히 다른 의견을 가진 분들이 많으리라 염두에 두며 적어봅니다.)
좀 뜬금없지만 잠시 출산율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볼까 합니다.
우리나라 출산율이 세계에서 가장 낮다는 통계자료도 나왔고
부모 급여에 대한 정부 정책도 발표가 되었습니다.
아이를 낳지 않은 세대적 흐름과 국가의 현금지원 대응책에 대해서는 논하지 않으려 합니다.
그저 왜 유독 우리나라의 출산율이 가파르게 떨어지는지 잠시 제 생각을 적어 보고자 합니다.
1. 헌신
헌신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일이나 남을 위해서 자신의 이해관계를 생각하지 않고
몸과 마음을 바쳐 있는 힘을 다함’이라고 되어있습니다.
부모가 아이를 위해 애쓰는 것은 어느 나라의 부모나 비슷하리라 생각됩니다.
정량적인 수치로 측정할 수 있는 항목이 아니지만
우리나라 부모들의 헌신은 조금 남다르다고 느껴집니다.
힘든 하루하루를 견디며 열심히 돈을 벌고 모으는 이유
오랫동안 준비해온 꿈을 포기하는 이유
배우자와 같이 살기 싫지만 참으면서 부부라는 관계를 유지하는 이유
갖고 싶은 거, 놀고 싶은 거, 가고 싶은 거, 하고 싶은 거 포기하는 이유
목숨을 내놓더라도 보호하고 싶은 존재인 자식을 위해
스스로를 잊어버리거나 내팽개치고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습니다.
아이가 생기고 본인이 죽는 순간까지 부모들은
자식에 대한 기대와 걱정으로 삶의 많은 부분을 할애합니다.
당연한 거 아니냐고 하시면,
저는 당연하긴 하지만 맞는지는 모르겠다고 말씀드릴 생각입니다.
그런 부모를 보고 자란 세대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우리 부모님처럼 나도 자식을 위해 희생할 수 있을까?’
‘과연 그렇게 사는 게 진정 나를 위한 삶일까?’
‘왜 그렇게 살아야 하는 걸까?’
2. 비교
자기 자식과 남의 자식을 비교합니다.
겉으로는 남의 아이를 칭찬하면서 자기 자식이 더 발전하길 바라지만 사실 속마음은 다릅니다.
‘내가 저 집 부모보다 못해줘서 그럴지도 모른다!’
물론 만인이 모여 사는 세상이고, 치열한 경쟁을 통해 위아래를 가름하는 판국에
혼자 독야청정하다고 외치며 마냥 비교를 외면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비교가 시작되면 끝이 없다는 것도 분명 알고 계실 겁니다.
그런 부모를 보고 자란 세대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나는 비교하지 않으면서 아이들을 키울 자신이 있는가?’
‘우리 아이들을 남부럽지 않게 키울 수 있을까?’
‘아이들이 나에게 뭘 해줬냐면서 원망하지는 않을까?’
3. 보상
아이들이 커가는 모습을 바라보며 흐뭇해합니다. 뿌듯합니다.
자신이 늙고 힘이 약해지는 것을 느끼며 그 허무한 감정을
자식의 성장과 성공으로부터 보상받으려 합니다.
삶을 쏟아부었으니 자식이 잘 되어야 만족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을 만나면 본인 자랑이 아니라 자식 자랑이 우선입니다.
하지만 아무리 부모 자식 간이어도 결국은 다른 인격체입니다.
살아온 삶을 복기하면서 허무해지는 순간이 오기 마련입니다.
(물론 자식의 유무와 상관없이 찾아오는 순간이기도 하겠지요.)
그런 부모를 보고 자란 세대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나는 얼마나 부모님의 기대를 만족시키고 있을까? 혹은 만족시켰을까?’
‘우리 아이들도 나를 만족시키기 위해 살아 줄까?’
‘그런데 아이들에게 그런 것을 바라는 게 옳을까?’
4. 집착
아이가 부모의 생각과 다른 길로 가려고 합니다.
20년 이상을 힘들게 뒷바라지했더니 엄한 꿈에 도전하겠다며 부모의 가슴에 비수를 꽂습니다.
아이가 부모의 기대와 다른 배우자와 결혼을 하겠답니다.
30년 이상을 애지중지 키웠더니 눈에 차지 않는 사람을 데려와 밤잠을 설치게 만듭니다.
결혼을 시켰더니 자식을 낳지 않겠답니다.
남들 다 있는 손자 손녀도 안아보지 못하고 죽는다고 생각하니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분리 불안은 아이들에게만 있는 것이 아닌 듯합니다.
부모는 아이에게 집착하고 그게 당연하다 여깁니다.
그런 부분을 보고 자란 세대는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요?
‘나도 아이에게 집착을 하게 될까?’
‘살아보니 부모 마음 헤아리다가 내 뜻을 포기하는 경우도 생기던데 어쩌지?’
‘그렇다고 그냥 내놓고 키울 수도 없는 노릇 아닐까?’
5. 의심
막상 지금까지 살아보니 별로 행복하지 않습니다.
행복한 일도 간혹 있지만 과정과 노력에 비하면 확률과 가성비가 너무 많이 떨어집니다.
내 자식이 이런 환경에서 고군분투하며 자라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습니다.
뒤 따라다니면서 주변 모든 상황을 바꿔줄 수도 없습니다.
자식이 크고 나면 낳아줘서 고맙다고 할지 의심스럽습니다.
근본적으로 잘 키울 자신이 없습니다.
두서없이, 지금의 상황을 너무 비관적으로 썼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금전적인 부분이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겠지만
그 외의 원인들에 대해서 현실적으로 짚어보고 싶었습니다.
이런 악조건(?^^) 속에서 저 역시도 사랑하는 아이와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 고민이 많아집니다. 아이와 저의 관계에 대해서.
부모와 자식으로 인연이 시작되었더라도,
부모는 자신만의 삶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아이를 독립적인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것이
부모의 역할임이 조금 더 분명해 지길 바랍니다.
앞으로 우리나라 자체적으로 출산율을 단기간에 획기적으로 올리는 방법은
찾기 쉽지 않아 보입니다.
아이를 '키운다'는 생각도 맞겠지만
아이와 '함께 살아간다'는 마인드 전환이 앞으로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물론 출산율이 뭐 그리 중요하냐고 하시면
저 역시도 ‘네 중요하지 않습니다만.......’
이라고 하면서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