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행복'이라는 말이 사라졌으면 좋겠어. 행복이라는 단어가 이 세상에 없었다면 오히려 나는 더 행복했을지도 몰라.
누구는 행복이 '자기만족' 이라지만 난 항상 만족스럽지 못해. 행복하지 않은 건 '자기만족'을 못해서 그렇다는데 결국은 또 내 탓이네? 왜 모두 내 탓이라고 하는 거지?
또 누군가는 행복은 주변에 있데. 작은 것들에, 소소한 일상에 숨어있데. 하지만 난 어렸을 때부터 보물 찾기나 숨바꼭질을 못했어. 힌트라도 제대로 주던지. 누가 숨겨놨는지 모르겠지만, 장난이 심하거나 거짓말쟁이일지도 모르겠어.
지금 이렇게 살아있는 것이 행복 이래. 그러면 온 세상 사람들이 다 행복할 거고, 죽은 사람들은 다 행복하지 않겠네? 우리는 점점 행복이 사라지는 길을 가고 있는 거겠네. 난 싫은데, 난 죽어서라도 천국에 가고 싶은데.
행운은 '네 잎 클로버'처럼 좀처럼 만나기 힘들데, 그런데 불운은 왜 아무 때나 찾아오는 거지? 행운이랑 행복이랑 불운이랑 싸우면 누가 이길까? 여기저기 찾으러 다녀야 하는 행운이나 행복보다 갑자기 들이닥치는 불운이 제일 셀 것 같아서 무서워.
그런데 행복은 또 '세 잎 클로버'같은 거래. 길에 밟히고 차이고 거들떠보지도 않는 것이 행복 이래. 그런데 왜 사람들은 매일 행복하냐고 묻지? 왜 행복하지 않다고 울지? '세 잎 클로버'를 잔뜩 뜯어서 집에 가지고 왔는데 행복이랑 전혀 비슷할 것 같지 않아. 이리저리 아무리 뜯어봐도 이상해. 행복이 진짜 이렇게 생겼다고?
행운의 반대말이 불운이라면, 행복의 반대말은 뭐지? 불행이라고? 어라? 복이 없잖아. 복이 중요한 거 아냐? 그래서 나는 행복의 반대말이 '불복'인 거 같아. 행복에 복종하지 않는 거. 그런데 지금 자꾸 나한테 행복에 복종하라고 꼬시는 거 맞지? 막 강요하고 그러고 있는 거잖아. 행복에 복종하지 않으면 행복해질 수 없다면서 말이야. 그렇지?
나는 행복이라는 말이 영영 실종되었으면 좋겠어. 누가 더 행복하고, 누가 덜 행복하고. 남들과 행복의 크기를 비교하면서 자꾸만 어딘가를 헤매는 일에 지쳐버렸어.
행복에 불복할 거야. 행복에 복종당하지 않을 거야. 그래야 더 행복할 것 같아.
자, 이제는 너의 차례야.
이리 와봐. 사랑 너 말이야. 그래 너! 뒤돌아 보지 말고. 이쪽으로 와. 너도 좀 없어져야겠어.